리뷰/책

피플워칭

자카르타 2012. 7. 24. 01:27


피플워칭 (보디 랭귀지 연구)

저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출판사
까치 | 2004-05-2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1994년 번역 출간되었던 [맨워칭]의 개정판. 저자는 인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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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씁쓸한 뉴스들이 줄을 이었다. 통영에서는 열 살 소녀가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했고, 제주에서는 사십 대 여자가 살해당하고 사체의 일부가 잘려 버젓이 공개되었다. 경기도 어디에서는 네 살 여아가 성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고 하고... 이런 사건들을 보도될 때면 의레 나오는 수식어가 '인면 수심'이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그 무언가를 잃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안에서 '제어되고' 있는 폭력성을 생각하면, 또 식욕과 성욕 등 갖가지 욕구들을 생각하면 과연 인간은 동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왔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한 겹 포장지나 욕망이 분출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가느다란 안전핀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닐지. 


데즈먼드 모리스는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로 유명하다. 지금 그 책의 내용은 가물하지만 이번에 읽은 피플 워칭의 내용에서 언뜻 언급되는 걸로 봐서는 역시 진화의 산물이자 과정으로서 인간의 행동, 심리, 문화를 논했으리라 추측한다. (참... 이렇게 버젓이 책꽂이에 누워있으나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독서란!) 그에 비해 이 책 '피플워칭'은 부제에서 보듯이 '손짓, 발짓, 몸짓' 등 온갖 몸의 신호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 몸의 신호를 확장하고 연장하는 도구로서의 화장, 분장, 패션, 놀이, 문화 등까지 아우르면서... 


어찌보면 꿈보다 좋은 해몽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저자는 박식한 실례를 비교하면서 인간 공통 요소를 추출해내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산 것은 아마도 한예종 조교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 책이 국내에서 발간된 2004년 무렵일까? 장장 8년이나 책꽂이에 묵힌 책이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아주 얇팍한 기대 때문이다. 혹 시나리오를 쓰는 데,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좋은 '거리'를 주지 않을까...? 읽고난 후의 소감은...? 물론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캐릭터만큼 많은 면면들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내 기대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것은 결국 인물을 관통하는 패턴의 총체를 완결성있게 보여준다는 것인데, 그 때의 보편성과 특수한 개별성을 가진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이 책을 읽은 후에 작가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낼만큼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나? 여기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는 않다. 상당 부분 아주 사소한 동작이거나, 보편의 인간들이 가진 '성향'과 '자취'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드라마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상상력으로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좋은 점이 있다면 그건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종을 이해하기 위해서 겉으로 드러난 '기표'가 아닌 그 부유하는 기표들 아래 깔려있는 진심을 읽어내는 데에 유용한 관점들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가 대부분 일상 생활에서 조금만 민감하게 관찰을 한다면, 아니 상대를 무시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 난 그게 예의라고 보는데 - 얼마든지 느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본다. 이 책의 성취라면 그것을 진화의 관점에서 그렇게 표현되는 '이유'에 대해서 잊지 못할 유력한 분석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을 동물의 본능의 잔재로 설명하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유익이 있을까? 가령 위에서 말한 사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건 아마도 이해해서 미리 막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거나, 그 '짐승같은' 짓을 또 다른 야만으로 갚지 않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