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2013. 3. 4. 22:45




오늘의 화룡점정은 단연 컴퓨터가 고장난 거다. 언제 샀을까? 아마 2008년 연구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샀을 게다. 그러니 4, 5년은 족히 쓴 셈이다. 이전의 컴퓨터들이 모두 2년 주기로 바꿨으니 이건 그 배 이상 봉사를 한 셈인데도 느닷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감가상각비를 생각하지 않고 살다보니 이렇게 목돈을 집어넣어야 할 구멍이 생긴 것도 한숨거리지만, 그보다는 내심 튼실한 놈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사별할 생각을 하니 섭섭한 마음도 들고, 벌써 이 녀석과 지낸지가 4, 5년이 지났다는 데에 적이 놀라기도 했다. 이전에는 세월이 빨라도 빠른 게 보이더니 이제는 뵈주지도 않고 쓱 지나간다. 검은 철제 캐비넷에 담긴 부품들과 내 몸처럼 시간의 톱니와 맞물린 물질들만 쉴틈없이  빈틈없이 늙어간다. 


당분간은 맥북에어만 가지고 작업을 하게 됐다. 덕분에 한글파일 작업도 이젠 안녕이다. 뭘로 대체를 해야할까? 페이퍼즈로 가야하나? 아님 맥용 워드로 가야할까? 한글과 컴퓨터에서는 빨리 맥용 한글이나 출시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