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자카르타 2013. 3. 15. 02:07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저자
고미숙 지음
출판사
북드라망 | 2012-08-22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사주명리학, 인문학과 만나다!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나의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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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지리를 당연지리로 바꾸는 것, 그것이 운명이다. 

사주나 팔자, 운명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면서 이 책은 시작한다. 사주 원국이 가지는 음향오행을 따지는 법부터 시작해서 그 사주을 사회 맥락에 따라 읽는 잣대인 '십신', 그리고 가족이나 친족의 관점에서 읽는 '육친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사주팔자 보는 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는 '도대체 운명이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사주를 따져 뭐하냐'고 강변한다. 필연지리를 당연지리로 바꾸는 것. 저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사주팔자를 따지고 보는 이유가 이 운명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란다. 그래서 사주원국, 십신, 육친법과 함께 지장간, 용신이 있는 것이라고. 


내 사주나 친구의 사주를 샘플 삼아 보게 되니, 책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내 사주를 들여다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주란 보이지 않는 무정형의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나의 전부는 아니라도 나의 일면을 들여다보면서 사회와 가족의 프레임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나를 교정하게 하는 것 그것이 사주의 본래 목적이자 기능이 아닌가 싶다. 그건 결국 사주를 '믿느냐, 안믿느냐'의 문제에서 나의 어떤 모습을 대면하고  거기에 어떤 진단을 하고 처방을 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이 책의 저자가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이 그렇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식상이 넘치고, 재성에 몰두하는 사회다. 이 불균형 속에서 우리는 다른 해석 다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본래 필연지리를 당연지리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네트워크와 공부를 꼽고 있다. 결국 기의 순행을 돈과 말에 가두지 말고 사람과의 소통, 자아에 대한 충일로 나아가게 하라는 거다. 


책을 앞부분 읽을 때는 사주를 해석하게 되는 것이 재밌어서 친구에게 생년월일시를 알려달라고 해서 사주를 만세력으로 뽑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사주란 원국과 십신과 새로운 육친법을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음을 느꼈다. 어쩌면 평생 자기 모습에 대한 해석과 발견을 거듭해 나갈 수 있는 빈 흑판하나를 얻은 셈인지도. 

종종 사주에 관한 책들을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적어도 사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