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스 아노말리
모두스 아노말리
Modus Anomali
5.5
글쓴이 평점
아마도 개인의 정체성을 쉽게 규정할 수 없는 현실이 서사에 반영되고 있는 듯 싶다.
이전의 전형성을 갖춘 캐릭터들은 이제 액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게 돼 버린지 오래다. 악역들도 그 만의 트라우마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원정에 나선 모험 장르의 주인공들도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나 인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서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의 캐릭터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서사 작법의 중요한 룰이 되어버렸지만 요즘에는 그 변화의 폭이 너무 커서 주인공이 악역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재밌게 봤던 호주 영화 <트라이앵글>이 그 대표 경우다.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영화 말미에는 가정 폭력의 주인공이자 영겁회귀의 지옥에 떨어져도 될만한 악인이 되고 만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오로지 관객이 심리에 투영된 것으로 정작 주인공의 내면에는 이미 이러한 상반되고 모순된 심성들과 행동들이 중첩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모두스 아노말리도> 이런 인간의 다층의 심리를 아주 내놓고 드러낸다. 피해자와 살인자,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과 자식을 죽이는 야차의 모습을 한 인간 안에 봉합해 낸다. 그 봉합선이 <트라이앵글>에 비해 조악한 작위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 일련의 실험을 극단까지 몰고가는 연출의 대범함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카메라라는 소품을 이용하긴 하지만) 회상 씬을 최소화하면서도 서사를 진전시키면서 과거를 설명하는 방식, 회귀 방식의 서사는 시지프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의 강박을 표현하기에는 아주 적절한 장치가 아닌가 싶다. (혹 이런 회귀 방식의 연애 서사를 만들게 되면 또 어떨지. 우리가 연애를 하는 것도 실은 감각과 쾌락의 효용 주기에 따른 것이 아닐지.)
주인공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면? 그리고 자잘하게 봉합선에서 튀어나온 실밥들을 무시하고자 한다면 한 시간 이십분 정도 긴장과 공포를 맛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나로서는 두 번 볼 일은 없는 영화지만서도.
시퀀스 분석
1.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그리고 산장의 주검들.
평온한 산 속에서 생매장당한 남자가 깨어난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는 숲을 방황하다가 어느 산장엘 들어가고 처참하게 죽은 여자의 시신과 살해 상황을 기록해 놓은 영상을 발견한다. 복면을 쓴 범인지 만삭의 여자의 배를 찔러 죽이는 모습이다. 남자는 겁에 질려 도망친다. 문득 남자는 지갑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과 가족 사진을 발견한다.
2. 살인자에게 쫓기는 남자.
해는 저물고, 남자는 어느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뒤따라 범인이 오두막으로 들어서고 남자는 가까스로 오두막에서 도망친다.
3. 산장으로 돌아가 자신의 정체를 확인한다.
산장으로 돌아간 남자는 범인이 남긴 카메라 속의 영상을 통해 자신이 죽은 여자의 남편이고, 또 사라진 아이들이 두명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남자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한편 숲 속에 숨어 있는 아이들은 아빠를 찾기위해 돌아다니는데,
4. 남자의 복수
남자는 범인을 죽이기 위해 덫을 설치하고 범인을 유인하지만... 애꿎은 아이들만 죽게 만든다.
5. 드러나는 진실
충격 속에서 남자는 또 다른 남자의 주검을 발견한다. 주검의 배에 새겨진 글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로 자신이 깨어난 곳으로 돌아간 남자는 진실을 발견한다.
6. 또 다른 범죄
남은 20분간은 앞에서 벌어진 사건과 같은 류의 사건이 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