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130525

자카르타 2013. 5. 25. 23:16




뒷산 산책로에 새 한마리가 순교자의 포즈를 하고 누워있었다.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보이지 않고. 

살아생전 제 품이 얼마였는지 보여주려는 듯 좌우로 한껏 뻗은 날개 사이에는 작은 몸통이 수술실의 카데바처럼 갈라져 있었다. 

짐승의 짓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얌전한 모습이었다. 아니면 내가 짐승에 대한 편견이 있는 걸까? 실은 어떤 짐승도 억센 이빨로 물고 거세게 흔들어 사지를 찢지 않는 건 아니었을까? 모두 제 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을 펼쳐놓고 부위를 고르기도 하고 잡은 사냥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상도 하는 게 아닐까? 

푸드덕 날아오른 까치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산책로 위에 버려진 새의 주검은, 놈이 제 사냥 실력을 과시하려는 것처럼 펼쳐져 있었다. 잡으면서 뜯겨져 나왔을 깃털까지. 낯설고 섬뜩해서 새를 치워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한 열 걸음을 내려왔을까? 거기엔 무언가 검게 빛나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개미들이 뭉쳐있었다. 주변에 흩어진 짧은 깃털을 보아, 개미들 아래엔 새의 몸 일부가 있음직했다. 아마 머리일 것이다. 왜 새의 머리만 여기에 버려져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도 수수께끼다. 

먹으려고 가져갔다면 저렇게 개미들의 성찬이 벌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지나온 새의 몸에는 선홍색 살점들이 아직도 덩어리져 붙어있었다. 아 이상하다. 뭔가가 거기 붙어 새의 살점을 뜯고 있었는데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에서 온전히 공백을 남기고 사라진 그녀석은 뭐였을까? 그리고 그 새는 생의 마지막 순간 누굴 만났길래 그렇게 의미없이 땅에 뒹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