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131002
자카르타
2013. 10. 2. 23:09
<비거> 시나리오 작업을 한 지 딱 1년이 지났다. 그동안 12부까지 쓰고 8부까지는 5고를 썼다. 자잘하게 수정한 파일까지 모두 세어보니 모두 여든 개가 훌쩍넘는다. 부지런히 썼지만 일년이란 시간의 두께에 비하면 부실한 편이다. 그마저도 리뷰 반응이 좋지 않아 전면적인 수정을 다시 해야할 판이다.
낙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처음 미약하게나마 반짝였던 초짜의 치기나 재치가 수정을 거듭하면서 닳고 닳은 구조에 누너기만 걸친 꼴이 되지 않을까하여. 한껏 가라앉은 중에 책을 보는데 문득 가이즐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60쪽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1000쪽 이상을 써야했다고. 내 작업실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의 뼈다귀들이 쌓여있다고.
그에 비하면 여섯번째의 수정은 아무것도 아닌셈이다. 오히려 돈을 받으면서 워크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일년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이래도 웃을 수 있는지. 즐기자. 계속 뭔가 쓸 수 있다는 것. 뭔가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쓰게 만드는 상황이라는 건 즐거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