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크로스
모든 서사가 그렇지만 특히나 장르 영화는 기구한 천형을 지니고 태어났다.
장르의 관습에 익숙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하면서도 그 관습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알렉스 크로스>는 그런 딜레마를 어떻게 빠져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단 감독이 그 해답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연쇄살인범 피카소는 로스트의 주인공 매튜 폭스가 맡으면서 거대한 전복을 꾀한다. 매튜는 이 영화의 첫 등장부터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인다. 비루마른 체헝을 드러내고 링 위에 올라서더니 근육질의 떡대의 팔을 분질러 버리는 잔혹함을 보여준다. 살인범의 틈새시장이라고나 할까? 고문과 살인 후에 피카소 풍의 그림을 남긴다는 설정까지 이르면 새로운 조합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코미디언인 타일러 페리에게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의 프로파일러를 맡긴 것도 그런 탐색의 결과가 아닐까?
캐릭터에서 얻은 성취들에 내심 만족했던 것일까? 영화의 플롯들은 기존의 장르 영화들의 관습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살인범과 경찰의 대결구도는 그들 개인의 승부로 발전해나가고, 복수와 응징으로 비화해 간다. 심연 속에서 괴물과 눈이 마주친 주인공은 스스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플롯이 익숙하다는 것이 꼭 흠결은 아니다. 결국은 디테일인데. 이 영화가 도모한 새로운 캐릭터는 새로운 빛깔의 디테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뭔가 영화를 보고 '부족하다'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이 영화의 경우 캐릭터와 플롯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것이 사실 가장 큰 문제다. 가령 알렉스의 임신한 아내가 총에 맞아 죽는데도 왜 공분이 일어나지 않고 그저 '다음에 복수에 나서겠군' 하고 물러나게 되는 걸까? 혹시 악역의 일탈에도 개연성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일까? 이 지점이 장르 안에서의 새로운 이야기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시퀀스 요약>
1. 0:08:32 알렉스 팀이 범죄자를 체포한다. 알렉스는 교도소를 찾아간다. 삼촌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들어간 틴틴이란 아이를 설득하려고 애쓴다. 알렉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의 딸과 노모가 그를 반긴다. 그의 아내는 임신 사실을 알려준다.
2. 0:22:35 살인범은 불법 내기 격투장에서 챔피언을 쓰러뜨린다. 호스트의 집으로 안내된 살인범은 호스트를 마취 시키고 총을 꺼내든다. 알렉스 팀은 호출을 받는다. 알렉스의 동료이자 절친인 탐은 같은 동료 모니카와 연재 중이다. 알렉스는 탐을 염려한다.
3. 0:31:04 현장에 도착한 알렉스와 탐. 이들은 현장 흔적을 보고 사건을 재구성한다. 범인의 잔혹한 살해 방식에 경악한다. 이들은 숨겨진 금고를 발견해내고 금고 속의 하드에서 이메일 주소를 발견, 다음 타깃을 추정한다.
4. 0:38:41 알렉스 팀이 한스의 은행으로 갔을 때 범인이 한스를 노리고 공격해 온다. 알렉스가 범인을 잡지만 범인은 폭탄을 던지고 도망친다. 도망치는 범인에게 탐이 총상을 입힌다.
5. 0:56:28 알렉스 팀은 범인이 한스의 윗선 메르시어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한다. 범인은 알렉스 팀의 신상을 파악한다. 알렉스 팀은 메르시어를 찾아가고 메르시어가 공포에 질려 있음을 확인한다. 범인은 모니카의 집으로 잠입한다. 알렉스가 아내와 저녁을 하려던 참에 범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범인은 모니카의 시신 사진을 보내온다. 그리고 알렉스를 사살하려다가 알렉스 아내를 쏜다. 알렉스의 아내가 죽고 성당에서 알렉스와 탐은 복수를 다짐한다.
6. 0:12:57 알렉스는 장례를 치른다. 장례 후 범인에게서 도발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알렉스는 무장을 하고 나서려는데 어머니가 막아선다. 알렉스는 복수를 하겠다며 나간다. 범인은 다음 타깃을 위한 계획에 돌입한다. 알렉스는 경찰 증거보관실을 들어가 증거품을 훔쳐낸다. 그 증거품으로 틴틴의 사면을 두고 조폭과 거래를 한다. 조폭에게서 범인이 사용한 약품의 출처를 알아낸 알렉스와 탐은 마약 공급책으로부터 범인의 차적을 알아낸다.
7. 1:20:43 범인의 차적이 조회되고 메르시어의 행사장을 향하고 있음이 보고된다. 행사장 주변 경찰들이 출동하고 차량들이 통제되는데 범인은 열차에 들어가 차 문을 열고 미사일을 발사한다. 이로서 시청청사로 들어가려던 메르시어가 죽는다.
8. 1:28:04 범인과 알렉스의 추격전. 낡은 극장(?)으로 도망친 범인과 알렉스의 액션장면들 이어진다.
9. 1:34:34 범임의 배후에 대한 응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