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강의
자카르타
2013. 12. 8. 19:53
시경,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가, 순자, 한비자. 춘추전국시대의 고전들을 소개한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500여 페이지. 책의 분량은 그리 작은 게 아니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저 여덟 개의 고전을 모두 다룬다고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대학 교양 수업의 얇팍함을 피하기 위해 저자는 확실한 화두와 지향을 제시한다. 존재 위주의 사고방식인 서양 철학과 거기에 기반한 문화와 자본주의를 반성하기 위해 '관계'를 화두로 삼고, 이를 통해 과거의 회고와 고증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에 대한 반성을 도모한다.
대부분 2천 년이 훌쩍 지난 텍스트들이다. 시대착오와 반동성을 지적 받지만 저자는 당시의 맥락을 강조한다. 가령 동양의 마키아벨리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비자는 당시 환경에서 국태민안을 도모하기 위해 몸부림 친 행동하는 사상가이며 성악설로 유명한 순자 역시 인간의 본성을 규정하고 사회를 재단하려는 환원론자가 아니라 유교의 하늘을 거부하고 주체로서의 인간을 제시하고자 한 사상가로 읽을 수 있다.
때로는 저자의 해석이 너무 치우친 것은 아닌지, 저자의 의견에 학계의 공론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고전을 대하는 자세 - '현재를 반성하기 위한고전 읽기'와 그 해석들은 나침반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꽤나 유용한 지침과 지도를 제시해 준다. 원저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었으니 꽤 성공한 시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