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의 손가락
책도 영화와 같아서 읽기 전에 그 책에 대한 상상을 무성하게 하게 된다. 상상의 레퍼런스는 대부분 언론이나 책 추천 혹은 제목이다. 이 책의 제목 <갈릴레오의 손가락 : 과학의 10가지 위대한 착상들>을 보면서 그런 기대를 했다. 뭔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상식을 뒤집는 뛰어난 아이디어에 대한 소개인가?
크게 다르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 책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중요한 성취를 다룬다. '착상'이란 단어가 뭔가 가벼운 인상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발견'과 '연구'들은 그야말로 교과서를 갈아엎을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창조론을 뒤집은 '진화론'부터 DNA, 에너지의 개념, 엔트로피, 원자론, 대칭성, 양자론, 현대우주론, 시공간 개념 등 묵직한 주제들을 사전 경고없이 무지막지하게 파고든다.
물론 이건 당연히 내 느낌이다. 위에 평점을 저렇게 짜게 준 것도 내 소양 탓이다. 나름 물리학을 나왔지만 이 책의 절반도 이해 못하겠다. 다만 이들 새로운 패러다임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는, 문명사의 관점에서의 가치 정도를 이해할 뿐이다. 그리고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도 소개되었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이 어느 천재의 한 순간의 연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점차 누적된 문제들이 한계에 다다랐을때 이뤄진다는 것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쓸 당시 유전학에 대해서는 무지했으며 그 뒤의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상당부분 수정된 이후에야 비로서 '과학'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후반부 현대물리 영역에서 모든 힘의 이론을 통합하는 'M이론'을 소개하고, 이처럼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의 개척이 어떻게 인간에게 수용될 것인지에 대해 큰 물음표를 찍으며 책을 마친다. (전적으로 내 무지 탓에) 지금 내 머리에 남는 것은 없지만 언제고 조금 난위도가 있는 개론서 겪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책인 듯 싶다. 그나저나 이 책과 보낸 2013년 연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