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자카르타 2014. 2. 22. 23:45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2009)

Before the Devil Knows You're Dead 
7.3
감독
시드니 루멧
출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에단 호크, 앨버트 피니, 마리사 토메이, 아리야 바레이키스
정보
범죄, 스릴러 | 미국 | 116 분 | 2009-05-14
글쓴이 평점  



행크는 이혼한 뒤 딸의 양육비를 대기도 버거운 삶을 살고 있다. 행크의 형 앤디는 공금횡령과 마약 중독에 빠져있다. 앤디는 행크에게 그의 부모님의 보석상을 털자고 제안한다. 궁지에 몰린 앤디는 결국 행크의 제안을 수락한다. 행크는 웨이터 일을 하다 만난 라비에게 일을 맡기는데,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지고 만다. 점원이 사정이 생겨 그의 어머니가 대신 일을 하게 되고, 라비는 총을 가지고 가게에 들어간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라비는 숨지고 어머니는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진다. 궤도를 벗어난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가족 모두의 파국으로 이어진다. 


<12명의 성난 사람들> <개 같은 날의 오후> 등을 만든 시드니 루멧 감독의 2007년 작이다. 볼 영화 목록에 올려놓은지 꽤 된 영화라 누가 만든 영화인지도 모르고 보고 있었는데, 스타일이 독특해 젊은 감독이거나 신인 감독인줄 알았다. 영화의 서사는 마치 볼펜으로 원을 그려나가듯 같은 시간으로 되돌아 온다. 보석상을 터는 시점 부근을 계속 맴돌면서 이 사건에 말려든 행크와 앤디, 아버지 등의 시점에서 모자이크를 만들어 간다. 


매 시퀀스마다 다이렉트 컷으로 교차를 시키다가 다른 시퀀스로 넘어가는 것은 이물감이 들기도 한다. 회춘을 바란 노장 감독의 장난같다.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역시 시드니 루멧 감독답게 섬세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이상하게 낯설다. 이유가 뭘까? 워낙 소재가 파격이라 그럴 수도 있겠고. 소재의 파격에 비해서 장면 장면들은 너무나 익숙한 비주얼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뭐랄까? 익숙한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아니면 이 서사가 다른 영화와는 달리 관객들과 별다른 흥정의 지점들이 없는, 불친절한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무슨 말인고 하니. 다른 영화에서는 관객에게 시퀀스의 결말이나 영화 전체의 결말에 대해서 어떤 지향을 갖게 하고, 추측하게 하는 데에 반해서 이 영화는 도무지 그 결말에 대한 다른 상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죽어가는 시한부 환자를 지켜보는 느낌이랄까? 


영화 제일 처음에 나오는 자막 - '아마도 반 시간 정도는 천국에 있을 것이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이 말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옥이 예정된 이들, 이미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파국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고 있기에, 어떤 반전도 기대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게 되었네. 역시 그의 연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