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킹스 스피치

자카르타 2014. 2. 23. 23:24


킹스 스피치 (2011)

The King's Speech 
8.2
감독
톰 후퍼
출연
콜린 퍼스, 제프리 러시, 헬레나 본햄 카터, 가이 피어스, 제니퍼 엘
정보
드라마 |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 118 분 | 20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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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가 왕이 되고, 전쟁이 닥치자 연설을 해야한다. 적국 독일의 총통 히틀러는 연설의 귀재. 국민들에게 왕의 연설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국민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왕의 자격을 증명하는 행위다. 영화는 말더듬이 왕이 첫 전시 연설을 무사히 마치는 것으로 끝난다. 사실은 어디까지 일까? 어쩌면 영화와는 달리 첫 연설에 임할 즈음 왕의 말더듬증은 상당히 고쳐졌을 수도 있다. 영화 속의 버티와는 달리 그는, 혹시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르는 왕좌에 걸맞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준비했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 버티의 성격이 상당히 성마르고 다혈질인 것으로 나오는 것과는 달리 라이넬과의 교정 수업이 수 해를 넘겼다는 사실도 그런 의심을 추측하게 한다. 


이 영화 서사의 가장 탁월한 것은 그 지점에 있다. 사실이야 어쨌든 말더듬이를 고치는 과정이라는, 어찌보면 이제껏 영화에서 나왔던 그 어떤 설정보다도 가벼운 설정을 가지고 관객을 초집중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왕의 마지막 연설에서 라이넬과 왕 버티가 마주보고 연설을 하는 장면은 그 어떤 섹스 씬보다도 더 농밀한 긴장과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들은 이야기의 인물의 변화를 묘사하기 위해 그 변화를 이끌어낼 사건을 설계한다. 그리고 그건 일반의 경험에 상당히 부합한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나? 아주 깊은 충격을 받아야 변하지. 그러나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별다른 변화의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 오직 더딘 변화를 더욱 더디게 보이는 주인공 주변의 상황들만 변할 뿐이다. 그 더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도 이 영화의 탁월한 지점이다. 말더듬이와 밀착한 연구 조사에, 뛰어나 구성력이 필요한 일일 게다. 


신분을 넘어서, 사회가 요구하는 피상의 자격을 넘어서 우정을 맺고 신뢰를 쌓는다는, 다분히 한물 간 뻔한 이야기 임에도 그게 다른 신분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 내려간 뒤라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도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라이넬의 신분이 드러나고 라이넬과 버티가 다투는 장면이 아마도 가장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예상과는 달리 그 장면에서 라이넬은 다시 버티의 신임을 얻는다. 단 하나의 씬으로 모든 갈등을 요약하고 해결하는 작가의 내공이 탁월한 장면이었다. 아래는 그 사진이 없어서 마지막 연설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