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호가 엔터테인먼트 식구들과 함께 다녀왔다.
아주 자주 느끼는 거지만 내가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그저 어떤 시류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기획하는 드라마도 사극이자 스팀펑크 장르라고 포지셔닝을 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국내에서 <스팀펑크>전을 보게 되었다.
<스팀펑크>가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기계의 힘에 경도되고 그 가능성에 대한 낙관과 낭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또 그렇게 설명하지만 <스팀펑크>가 나타난 것은 이 전시의 설명에서도 나오듯이 20세기 후반이 되어서다. 즉, 기계와 과학 문명의 여러 부작용들이 이미 드러날대로 드러난 시기라는 것. 그럼에도 그 재앙의 탯줄 언저리를 더듬는 것은 그 문명에 대한 긍정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반어법에 가깝지 않을까.
<스팀펑크>는 오히려 과학 기술이 사이버 공간을 확장하면서 잃게 된 물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스팀펑크>에서 다루는 기계는 철저하게 역학의 법칙에 순응한다. 작용과 반작용, 기브 앤 테이크 이런 일련의 인과관계 속에 놓인 시스템은 그 자체가 자연에 대한 모사품이다. <스팀펑크>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기계는 그런 자연, 특히 생명을 창조해 내는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에 근거한 것이다.
이번에 전시된 물품은 그에 비하면 오로지 소재로만 짜여진 것 같다. 그래서 <스팀펑크>라는 이름으로 좀 더 다양한 전시품들이 구색을 맞출 수는 있었지만 <스팀펑크>의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아쉬웠다.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 전시품들은 <스팀펑크>라기 보다는 '정크아트'나 '키네틱 아트웨어' 쪽에 더 가깝지 않을지.
아래는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될까해서 찍어 온 사진들. 평소에 아이폰 3G 바꿀 맘이 전혀 생기지 않다가 다른 사람들 화질을 보면서 지름신이 강림 중이다.
와트의 작업실이란다. 증기기관의 스케일과 비교할 때 의외다.
요즘의 사람들이, 사무실 노동자들이 잃어버린 것이 저런 복잡함이 아닐까, 뭔가 이야기가 그득할 것 같은 이런 공간 말이다.
'펄사 프로젝트' 라는 팀인지 회사인지... 타보고 싶다.
이것도 같은 팀.
제임스 잉이라는 홍콩 출신의 작가 작품이란다.
이 작품의 이름은 '날개가 달린 배낭'.
자세히 보면 배낭 한 가운데 회전판이 있고 그 판의 가장자리에 날개와 연결된 축이 있다. 회전하면 축이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날개를 움직이는 구조.
실제로 움직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메커니즘은 그렇다.
뭔가 섬뜩하지만 탐나는 도다. 스팀펑크 토이라고.
아 오덕력... 레고로 용을 만들었다.
가장 집에서 해보고 싶었던 작품. 같은 그림의 일부분을 겹쳐서 붙여가면서 입체를 만들었다.
이런 거 아이들이랑 해봐도 재밌을 텐데...
이것도 탐나는 도다. 여러 부품들을 모아 만든 메기와 탑.
이건 HR 기거 풍의 벌레잡이 풀을 닮은 로봇(?)
작가들의 이런 설계도도 있고...
야스히토 우다가와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들인데 섬세하고 귀엽고...
이것도.
관심있는 것들만 찍었지만 이 밖에도 볼 거리들은 상당히 많다. 그냥 슥슥 지나가기만 했는데도 1시간. 설명을 들으면서 돌아다니면 2시간은 걸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