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미인도

자카르타 2014. 3. 25. 22:55


미인도 (2008)

6.2
감독
전윤수
출연
김규리,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 한명구
정보
드라마 | 한국 | 108 분 | 200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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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비교하게 된다. 몇가지 설정들과 전개는 <바람의 화원>과 비교해서 시간의 압축면에서만이 아니라 좀더 주인공의 강한 욕망, 동기들을 제공해준다. 윤복이 자신 때문에 죽은 오빠를 대신해서 남장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바람의 화원>의 복수심과 달리 죄의식을 만든다. 그 죄의식이 파격과 광기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설핏 내비치까지 한다. <바람의 화원>에서 모호하게 처리되었던 단원과 윤복의 관계도 '질투'까지 나아간다. 


이 질투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동기다. 단원을 사랑하는 추자현의 질투심이 모든 사건을 벌이고, 단원의 질투심이 비극을 만든다. 그건 이 영화의 패착이기도 하다. 두 패의 삼각관계를 이어가느라 정작 이야기의 중심축일수 있는 단원의 질투심은 항상 뒷북을 치거나, 오히려 질투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사건을 수습하는 기능만 하게 된다. 마지막에 김남길과의 주먹다짐이 낯선 것도 그런 때문일 게다. 그리고 가장 큰 손실은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이 영화의 가장 특징이자 핵심인 소재를 그냥 소모해버리고 마는 데에 있다. 


이유가 뭘까? 다시 <바람의 화원>과 비교를 하면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단원이 이미 윤복이 여자였음을 알고 있는데서 긴장이 사라진다. 단원은 윤복이 여성으로서 성의 쾌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여자인 윤복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이전부터 윤복이 여자였음을 알고 있었다는 회고가 이어진다. 스승으로서 제자에 대한 애정과 함께, 터부시되던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이 갈등으로 더 이상 쓸모없어지는 순간이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신윤복과 그의 예술이 그저 소품으로만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이건 상당이 의아한 지점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도 수 차례에 걸쳐 속화의 가치, 하층민의 인생에 대한 예찬 등이 나오긴 하는데 그것이 신윤복의 육성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처럼 그가 복대를 풀어 내는데 어떤 장애나 갈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윤복의 남장은 그에게 어떤 족쇄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한계를 벗어나는 날개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스판 옷으로 갈아입는 슈퍼히어로처럼. 


자기 성정체성에 대한, 그리고 연인에 대한 사랑 때문에 복대를 풀려고 하지만 죄의식과 가문의 명예라는 허울 때문에 이를 풀지 못하는 갈등이 풍선처럼 다른 곳으로 비집고 나온 것이 그의 예술이 아닌지? 해석의 도식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서사는 도식의 힘을 빌려서라도 하고자 하는 얘기를 명쾌하게 만들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윤복에게 관객이 몰입하게 하는 최소한의 요건이었을 텐데 이 영화는 오로지 김규리의 몸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벗는 연기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전에 영화 찍을 때가 생각이 난다. 얼마나 여배우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꺼려하는지. <미인도>의 윤복의 역할이라면 아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직하다. 그런 영화일수록 정말 영화의 본질, 기본부터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용기내어 벗은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면. 그런데 김민선은 언제 김규리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