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바람의사신

반전보다는 딜레마

자카르타 2014. 3. 27. 23:06

<쓰리데이즈>가 연일 반전 세례를 퍼붓고 있지마 시청률은 답보 상태다. 아직 7회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전략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과연 시청자들 혹은 독자나 관객이 원하는 것이 반전일까? 반전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라 섣불리 재단하기는 그렇지만, <식스센스>의 충격 이후로 작가들에게는 이 '반전'에 대한 집착이 무시 못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반전의 본질에 가닿지 못한, 그저 깜짝 쇼들이 이어지고 있다. 


내 생각에 '반전'은 기존의 수용자들이 가졌던 예측과 판단들을 모조리 뒤집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식스센스>의 경우 주인공이 귀신이었음이 밝혀지면서 주인공과 그 아내의 관계가, 오래된 부부의 권태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으로 뒤집힌 것처럼 말이다. 마치 오셀로에서 마지막 한 수로 이전까지의 다른 수들이 모조리 위상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식스센스>의 경우 그 반전은 덤이기도 했다. 관객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이랄까? 주인공의 모든 미션이 끝이 난 후에 관객들이 긴장을 푸는 지점에서 나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식스센스>는 그 앞까지, 이후 샤말란의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하게 긴장과 재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긴장은 관객이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오스왈드는 귀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영화는 이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을 해 오던 중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갖는 것은 반전에 대한 기대보다는 오히려 이처럼 자신이 공유한 정보 내에서의 예측과 전망이다. 그리고 가장 긴장을 하게 되는 것은 딜레마로 인한 예측불허의 상황. 이것이야말로 플롯이 추구해야할 본질이다. 반전에 치우치는 동안 흔히 이 '딜레마'의 중요성을 잊곤 한다. 서프라이즈는 마지막 순간에. 그 앞은 딜레마로 채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