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드라마 아카데미

자카르타 2014. 4. 28. 18:13



드라마 아카데미

저자
김수현 지음
출판사
펜타그램 | 2005-06-1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우리 시대 최고 작가 김수현,노희경,이금주...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창작 이론이 기술을 지향하면 그 시효는 터무니 없이 짧아질 게다. 사이드 필드의 저작들처럼 몇 분의 몇 지점에서 첫번째 갈등이 나오고.. 이런 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재기발랄한 수재들 덕분에 이런 자잘한 규칙들은 이제 거의 폐기처분되기 직전이다. 대신 이제껏 존속한 규칙들의 근본 이유 즉, 사람의 감정과 인지과정에 대해 탐구한다면 그 창작이론은 비로소 '인문학'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거칠게 말하면 모든 창작이론은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 있다. 


이 책은 그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앞부분 김수현과 노희경의 특강을 담은 부분은 작가로서의 태도를 주로 얘기한다는 면에서 창작이론 자체에서 조금 떨어진 느낌이다. 작가의 고집을 작가의식과 겸해서 얘기하고 있는 김수현의 주장은, 김수현이기 때문에 이해가 된다. 옳다 그르다 얘기할 차원을 뛰어넘는다. 호불호가 엇갈리겠지만 그가 자신의 작품을 딛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인물에 대한 탐구의 태도 등은 몇번 되새겨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얘기다. 김수현이 돌출한 대작가의 얘기라면, 노희경은 조금 앞서나간, 그러나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투사형 작가로서의 고단함과 자긍심을 얘기한다. 노희경도 첫머리에 작가의식과 헝그리정신을 얘기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작품안에 녹여낸 작가라, 그의 근성이 읽힌다. 


그 뒤에는 이금주, 박찬성 작가의 창작이론이 이어진다. 항목을 나눠서 쓴 것이 아니라 각각 진행한 강좌를 실은 듯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두 벌의 설명이 이어진다. 덕분에 창작이론에 대한 두 강좌를 들은 기분이다. 설명은 다분히 기술로서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역 작가이기도 한 두 저자가 실제 드라마를 써오면서 느꼈던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대안들은, 비록 정밀한 논증은 부족하지만 나 같은 후배 작가 지망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래도 우리만의 창작이론이 척박한 터라, 저자들은 외국 이론가들의 저서들과 내용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론이란 하나의 체계이고 보면, 이렇게 여러 이론을 짜깁기 해놓은 것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