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You See Me
영화에서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중에 재미있었던 게 뭐가 있었을까? 별로 없는 것 같다. 일단은 거기서 어떤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그 자체가 편집과 특수효과라는 눈속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영화판 얘기를 하는 것만큼 식상하다. 역설이지만 그래서 마술 영화는 더 기대를 하고 보게되는 것도 있다. 마술이라는 소재를 뛰어넘어 무엇을 보여주게 될지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러나 아쉽게도 <나우...>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주지 못한다.
네 명의 길거리 마술사가 누군가의 초대를 받는다. 관객들은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러나 영악하게도 영화는 곧바로 이어지는 1년 후의 모습에서 이들의 후원자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마술로 은행을 터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로서 처음에 품었던 의문 - 누가, 왜 이들을 불러모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이들은 무사히 사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이 모인다. 그리고 대척점에 FBI와 인터폴이 놓인다.
'보조의 역할은 관객의 시선을 마술사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것이다.' 마술의 트릭을 파헤치는 일을 하는, 나중에 재벌로부터 이들을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모건 프리먼의 대사다. 그 대사는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작가는 관객이 갖는 질문을 매번 다른 인물들을 배치해 놓으면서 유예를 해 나간다. 재벌을 전면에 드러내놓으면서 배후에 대한 질문을 비껴나가고, 첫번째 사건 이후에 FBI와 함께 인터폴을 등장시키면서 이들이 잡힐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다시 배후에 대한 질문으로 바꿔놓는다. 질문을 유예하는 것은 상당히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긴 하지만, 질문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때 생기는 호기심이라는 것을 잃고 만다. 이건 서사에서 큰 희생이다.
이 영화는 마술의 힘과 영화 편집의 힘을 빌어 네 명의 마술사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했다. 그래서 이들이 FBI에게 잡힐 거라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 없게 만든다. 톰과 제리에서 얄미운 제리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질 무렵, 그래서 다시 관객의 질문이 '배후'에 대한 물음으로 바뀔 무렵 여러 선택지 중에 가장 해서는 안 될 선택지를 정답으로 내놓고 만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해답에서 어떤 반전의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건 프리먼은 오로지 그 한 가지 기능을 위해 설정된 듯 하고 인터폴의 존재도 오직 복선을 깔기 위한 나레이터 같다.
만약에 인터폴이 더 근원에 접근한다면 어땠을까? 모건 프리먼과 그 재벌이 하나의 캐릭터였다면, 그래서 그가 마술사들을 더욱 심하게 궁지에 모는 역할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