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effects
최근에 동창회에서 우울증에 걸린 후배를 만났다. 매체를 통해서 우울증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알았지만 정작 지인 중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역시 위험한 병이겠구나 싶었다. 뭐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상행동을 보여서가 아니라 매사에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그 주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게 됐다. 본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의 관심도 정말 필요하고 또 무엇보다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드 이펙트>도 우울증을 소재로 한다. 우울증에 걸린 루니 마라가 새로운 약을 처방받고 모처럼 의욕이 넘치는 생활을 한다. 몽유병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음을 곧 알게되지만 루니는 새롭게 얻은 일상을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루니는 몽유병 때문에 남편을 죽이게 되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곤경에 빠진 것은 루니 만이 아니다. 약을 처방해 준 주드 로는 과거의 의료 사고까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직장과 가정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여기까지는 미국 제약 회사들의 부도덕성을 고발하는 내용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드 로가 루니를 의심하면서 이야기는 색다른 방향으로 전개 된다. 루니의 전 주치의가 루니의 병증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루니에게 문제의 약을 추천해줬다는 친구의 존재에 대한 의심, 그리고 주드 로에 대한 공격들이 겹치면서 점차 주드 로는 루니의 사기를 확신하게 된다.
의료 체계의 왜곡된 현실에서 몰락해가는 인간들의 이야기일지, 혹은 실수와 그에 따른 파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불안과 의심에 관한 얘기일지 관객의 호기심을 마음껏 자극하던 영화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면서 그에 걸맞는 통쾌한 응징을 보여준다.
상당히 진행되는 동안에도 이 영화가 드라마인지, 스릴러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이 미스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소더버그는 몇 가지 서사의 장치들을 배치한다. 영화를 보는 도중 누구도 리플레이 버튼을 누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뻔뻔하게 이용한 셈이다.
<카운슬러>에서 장황한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이번에는 서사와 플롯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뭔가 밋밋하다. 루니와 주드 로의 대결 구도가 일찌감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일까? 결국 모든 키는 주드 로가 가지고 있었던 터라 주드 로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극한의 안타까움을 만들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루니 마라는 여기서도 멋진 악녀의 모습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