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한공주

자카르타 2014. 7. 25. 23:03



한공주 (2014)

Han Gong-ju 
9
감독
이수진
출연
천우희, 정인선, 김소영, 이영란, 권범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2 분 | 2014-04-17
글쓴이 평점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고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놀랐다. 연출과 시나리오 배우의 감정과 편집과 촬영 모두 탁월하다. 무엇보다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건 작가와 연출을 겸한 이수진 감독의 역량이겠다. 

이 영화는 소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소재인 <돈 크라이 마미>에서 소녀가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관객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부모의 복수를 합리화하는 것과는 달리 이 영화에 한공주의 시점에서 그가 떠올리기 싫어하는 기억들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한공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나간다.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성폭행'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런 감수성이 고스란히 연출에 드러난 셈이다. 감독이 또 다른 선정성일 수 있는 폭력 장면을 포기하고 포착하려고 했던 것은 한공주의 심리다. 그의 연출에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통념과 편견은 그냥 사라지고 만다. 피해의 트라우마와 여전히 현재진행중인 주위의 폭력 속에서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한공주는 살아가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그 작은 가슴에 세상을 담고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 몸부림이 처절한 감동을 준다. 


그럼에도 결국 한공주는 세상에서 쉴만한 안식처를 찾지 못하지만, 이런 세상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 섣부른 복수의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더 큰 울림을 남길 게다. 한동안 이 영화를 보고 주인공과 실제 피해자가 잊혀지지 않았다. 지금도 이런 아이들이 어딘가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