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e of Tomorrow
평들이 다들 안좋아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만화 원작을 먼저 본 탓인지 이 영화의 장점들 몇몇이 눈에 띈다.
가장 큰 차이라면 우선 원작이 가지고 있던 딜레마 - 영겁회귀의 저주에서 풀리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딜레마를 이 영화는 제거해 버렸다. 그래서 가벼워졌냐고?
여러 판단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원작이 그 거대한 딜레마를 잘 활용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마지막 누선 자극을 위한 억지였지 않나.
감당 못할 이야기이기도 했고, 해피엔딩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헐리웃으로서 이 딜레마를 버리기로 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일 것 같다. 대신 영화가 선택한 것은 만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액션과 이 영화의 상황을 좀 더 개연성 있게 일관되게 묘사하는 것이다.
원작 만화는 그 설정이 조잡한 면이 있다. 원작 만화는 왜 어떤 괴수를 죽이면 영겁 회귀로 들어가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조악하다. 반면 영화는 그 설정의 적의 전술 일부로 설정하고, 영화의 긴장을 높이기 위한 장치들을 추가했다. 원작과 달리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잃는다는 것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이 장치로 영화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러나 인류에게 가장 큰 위기가 닥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액션 영화로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좋아졌냐고? 어차피 원작도 그닥 재밌게 본 것이 아닌지라, 난 액션 영화로서의 이 선택이 상당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이등병인 케이지 역에 탐크루즈를 기용하기 위해 탈영병 누명을 씌운 것도 재치있는 설정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