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자카르타 2015. 5. 9. 20:51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The Avengers: Age of Ultron 
6.3
감독
조스 웨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크리스 에반스, 스칼렛 요한슨
정보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1 분 | 2015-04-23
글쓴이 평점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많이 느끼고 배우는 것은 이전에 우습게만 봤던 영화들이 우습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대략 양면의 가치를 지닌다. 우선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인 플롯들이 아주 섬세하게 공들여 가공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작가로서는 공을 들였음에도 관객들에게는 별로 의미없이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도 그런 영화다. 우선 플롯은 아주 성기다. 울트론과 어벤져스들의 대결. 당연히 그 결말은 어벤져스의 승리로 귀결되어야 하는 이런 영화들에서 작가들이 새로운 이야기의 재미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 


우선 작가는 적인 ‘울트론’이 어벤져스의 일원인 스타크의 발명품으로 설정한다. 다윗과 그의 아들 압살롬의 전쟁처럼 원죄는 아버지 스타크에게 있다. 스타크는 지구의 평화를 ‘프로그래밍’으로 지키려고 한다. 그런데 그 인공지능은 지구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벤져스’가 사라져야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나중에 알고보면 어벤져스만이 아니라 인간 전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숙주인 지구의 바이러스로 묘사되는 영화들은 꽤 많다. 제목 그대로 <바이러스>라는 영화에서는 외계인이 지구 생태계를 위해 인간을 멸종시키려고 하고, 뭐지 키아누 리브스가 나왔던 영화도 마찬가지다. <매트릭스>의 프리퀄인 <애니 매트릭스>의 내용도 비슷한 맥락이고 <로봇 아이>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의 자율권을 박탈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영화들과 비교한다면 <어벤져스>의 이 설정 역시 그다지 새롭지 않다. 여기에 사이버펑크 <론머맨>이 바탕을 이룬다고 할까? 


뭐 설정상으로 보면 그다지 새로운 점이 없다는 얘기다. 울트론이 특정한 신체에 국한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서 무소불위의 능력을 지닌다는 점도 이미 익숙하다. 이 무소불위의 울트론이 웬일인지 육체를 탐한다는 전개도 조니 뎁이 나온 영화 <트랜센덴스>의 설정과도 비슷하다. <트랜센덴스>에서는 네트워크 상의 코드가 된 조니 뎁이 아내를 느끼기 위해서 타인의 육체를 강탈한다는 설정인데, 오히려 <어벤져스>에서는 그 동기가 뚜렷하지 않다. 울트론이 만든 ‘육체’를 어벤져스들이 강탈을 하고 이것을 앞세워 울트론을 응징한다는 내용이 극의 후반을 이룬다. 그 ‘육체’가 문제 해결의 유일한 솔루션이 됨에도 뚜렷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고 두루뭉실 넘어간다는 면에서, 그럼에도 별 문제 없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히할 만하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들은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할 때 이 캐릭터들의 위상, 갈등의 구조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평화가 ‘프로그래밍’될 수 있다고 믿는 스타크의 과학에 대한 맹신 혹은 오만과 다른 대원들의 상식과의 충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부차의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헐크는 블랙 위도우와 썸을 타다가 이번에도 자신을 믿지 못해 괴로운 선택을 하는 것 뿐이다. 토니 스타크의 미사일에 부모를 잃은 쌍둥이 초능력자들도 인간을 구해야 한다는 당위 앞에서 그 복수심도 눈녹듯이 녹아버린다. 


음… 좀 칭찬을 하려고 쓰기 시작했는데 막상 꼽아보니 플롯상에서는 별로 칭찬할 만한 구석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