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노트북

자카르타 2015. 6. 15. 18:06



노트북 (2004)

The Notebook 
9.2
감독
닉 카사베츠
출연
라이언 고슬링, 레이첼 맥아담스, 제임스 가너, 지나 롤랜즈, 제임스 마스던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포르투갈 | 123 분 | 2004-11-26
글쓴이 평점  


예전에 군에서 야간사격을 할 때, 목표물을 바로보지 말고 약간 다른 곳을 응시해야 어둠 속에 묻힌 표적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 사람 눈의 주변부에 분포된 간상체가 암부에 민감해서였던 것 같은데, 영화에 대한 분석도 장점보다 단점을 주목할 때 종종 더 흥미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영역이랄까? 이러저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발견이다. 


영화 <노트북>도 그런 영화다. 아마 누군가 내게 이런 시나리오를 얘기했다면 이런 반응이었을 게다. 우선 부모가 반대해서 사랑에 시련을 겪는다는 설정은 너무 구리다. 영화가 다루는 갈등이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 계급의 차이는 이들을 갈라놓는 원인이 되지만 이후 노아의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가 엘리와 한 약속을 가뿐히 이룰 정도다.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엘리가 갈등하는 것은 자신이 초래한 상황이다. 앨리가 노아를 선택하는 순간은 상당히 비약적으로 진행이 된다. 결국 영화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강압에 의해 헤어지지만 결국 그 모든 장애를 이기고 사랑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라고 보기엔 장애가 너무 가볍다. 그리고 둘의 사랑이 이뤄졌음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두 노인이 늙은 노아와 앨리임을 알게 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앞서 알게 된다.) 앨리가 노아를 알아보는 기적이 일어날지에 관한 문제로 이어진다. 결국 이 이야기는 첫사랑을 죽을 때까지 지킨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인가? 단순하지만 명쾌하지 않은 이런 이야기의 한계에다 이들의 사랑을 묘사하는 장면들은 식상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리고 일말의 감동까지 준다. 과연 이 영화의 어떤 점이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아주 전형적인 클리셰로 점철이 되었지만 그 소재들, 장면들, 에피소드들이 갖는 원천의 힘 때문일까? 전체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잡고 뚝심 있게 끌고간다는 점 때문일까? 



시퀀스 분석


1.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 얘기를 들려주기 시작. 노아와 엘리의 만남. 노아는 공원에서 앨리에게 한 눈에 반해 사귀자고 한다. 거리에서 스쳐가듯 만나기도 하고, 친구의 도움으로 영화를 본 날 이들은 첫 데이트를 갖는다. 부모의 보호 아래 살던 엘리는 노아에게 호감을 갖는다. 


2. 노아와 앨리는 급속히 가까워 진다. 노아의 아버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지지하지만 앨리의 부모는 노아를 탐탁치않게 여긴다. 두 사람이 첫 밤을 보내려는 날 앨리 부모의 방해로 이들은 헤어지기로 한다. 


3. 앨리는 부모의 강압으로 노아 곁을 떠난다. 노아는 1년 간 매일 편지를 쓰지만 앨리의 엄마가 이를 가로챈다. 노아는 도시로 나가 노동자가 되었다가 입대를 하고 거기서 친구를 잃는다. 앨리는 간호사로 전선으로 나가고 거기서 남자를 만난다. 부유한 집안의 그 남자는 앨리의 부모의 지지 속에서 앨리와 결혼을 앞두게 된다. 제대한 노아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앨리와 약속한 집을 사지만 앨리가 결혼을 앞두고 있음을 알게 된다. 


4. 노아는 여자와 사귀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 앨리는 결혼을 앞두고 노아의 소식을 듣는다. 앨리가 노아를 찾아온다. (노아가 수리한 집이 지금 노인들이 거처하는 병원임이 드러난다.) 노인은 심장병을 앓고 있다. 앨리와 노아는 지나간 추억을 나눈다. 병원에 노인의 자녀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이들이 노파의 자녀임도 드러난다. 앨리는 노아를 다시 찾고 정사를 갖는다. 


5. 노아가 사귀는 여인이 찾아와 앨리를 보고 흔쾌히 떠난다. 앨리의 엄마가 찾아와 자신도 노아처럼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노라 들려준다. 앨리는 약혼자에게로 돌아간다. (현재) 병원의 노파는 자신이 앨리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잠시 뿐 다시 기억을 잊는다. 충격에 노아는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다시 깨어났을 때 노아는 앨리의 병실을 찾는다. 다시 기억을 찾은 앨리는 노아를 맞는다. 두 사람은 평안히 함께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