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오피스
자카르타
2015. 10. 20. 22:08
고아성의 심리변화가 좋다. 비록 부장의 욕에 정규직은 암 걸릴 것 같다며 몸서리를 치는 회의이지만, 그 회의마저 인턴에겐 얼마나 들어가고 싶었던지, 부장의 야근 명령에 조만간 정직원으로 발령을 받을 것 같다며 들뜬 목소리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더니, 새 인턴의 등장을 기점으로 점점 커져가는 불안은 말 그대로 영혼을 잠식한다.
고아성이 김병국 과장으로부터 칼을 건네받다가 뿌리치는 장면도 압권이다. 사회의 낙오자 김병국 과장을 동정하면서도 그와 같은 길은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몸부림은, 공명할 수 밖에 없는 같은 물리적인 환경에 처한 80%가 왜 서로에게 공감하지 않는지, 그 공포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 공포를 잡아내는 감성이기에 이 영화 <오피스>는, 같은 소재를 쓴 <마녀>보다 한 단계 높은 공포의 진경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김병국 과장을 연기한 배우의 연기도 너무 뛰어나 그의 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아프게 찌른다. 아사다 지로의 '나락'을 보면서 부러워한 감성을 우리 버전으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