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원제는 'The Opposable Mind'다 '상반되는 마음'이라고 번역을 할 수 있을까? 'The Opposable Mind'는 원래 'The Opposable Thumb'에서 차용한 말이라고 한다. 인간이 원숭이와 달리 지능을 발달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엄지 손가락이 다른 손가락을 마주볼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 밑줄 그은 말이다. 같은 논리로 저자는 창의는 서로 대립, 상충하는 것 같은 의견들과 모델들을 통합하는 사고를 통해 얻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뚜렷한 성공을 거둔 유명 CEO들의 인터뷰를 제시한다.
책은 전반부 유명 CEO의 성공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양자택일의 선택지 속에서 통합적 사고가 이룬 성취들과 통합 사고와 전통 사고의 패턴들을 구분한다. 이어서 통합 사고의 매커니즘을 위의 그림과 같이 제시한다. 입장과 도구, 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은 마샬 맥루헌의 모델을 빌려왔다. 저자는 이 모델의 세 층위에서 통합 사고자들의 특성을 위와 같이 정리한다. 즉, 경험은 전문성과 독창성 어느 하나에도 매몰되지 말아야 하며, 연역과 귀납에 더해 생성추론과 인과모델링의 메소드와 적극 탐구하는 자세가 있어야 하고, 환경과 개인에 대한 입장을 위와 같이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들일 수도 있겠다. 현실을 개선, 개혁하기 위해서 취해야 하는 당위 차원의 입장도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한 것들이 왜 현장에서 그토록 수용되기 어려우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정리했다는 면에서는 의미 있는 책이다. 특히 찰스 퍼스의 생성추론을 귀납과 연역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그저 막연히 창의적인 사고 운운하는 것보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예술가들의 창작 방식과도 비슷하다. 저자 스스로도 피카소의 창작 방식을 전문성과 독창성의 통합 사레로 제시를 한다. 예술가들은 기존의 논리와 인과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돌출요소들을 재배치 하면서 새로운 세계(논리, 규칙성을 가진)를 창조해 낸다. 그들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든 아니든. 어쩌면 예술가들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이런 통합적 사고를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원리가 뭔지를 연구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을지 모른다.
시나리오를 쓰던 중에 쉬엄쉬엄 읽은 책이지만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구구절절이 창작과도 연계되는 얘기들이 꽤 있어 반가웠다. 그러나 도구에서 제시되는 생성추론과 인과모델링에 대해서 좀 더 체계 있는 설명이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통합 사고의 툴로 두 가지를 제시하고 두 가지의 설명을 다시 통합 사고의 사례로 대신하는, 마치 동어반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책꽂이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퍼스의 프래그머티즘'을 다시 읽을 이유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