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겟 아웃

자카르타 2017. 5. 23. 00:36


이제야 생각하면 파티 장면이 가장 무서웠다. 왜 백인들은 흑인에 대한 적의, 편견 혹은 욕구를 그토록 감추지 못했을까? 덫에 완전히 사로잡히기 전에는 오로지 치즈만 부각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다. 파티가 벌어지는 시점은 이미 주인공이 최면에 걸려있던 시기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덫의 뚜껑을 닫아버릴 수 있었기에 애써 가장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러면 또 질문. 왜 최면에 걸린 그 전날 밤에 주인공의 자유를 박탈하지 않았을까? 그를 무력하게 만든 다음에 백인들이 제대로 품평을 할 수 있게 만들지 않았을까? 이미 독 안에 든 쥐, 라는 자신감인가? 거짓 자유일망정 자유로운 몸뚱아리를 보고 싶었던 걸까? 사파리 안의 동물들처럼?

 

이미 포획된 존재가 누리고 있는 거짓 자유. 그리고 포획자의 자만에서 비롯된 노골적인 혐오들. 그럼에도 그 혐오를 견디게 하는 사탕발림. 이 탁월한 은유가 그렇게 소름끼치는 건 현실 속 수많은 상황을 함축하고 있어서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