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1~12장
민수기 11~12장.
비전을 품은 조직, 공동체라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온갖 제도와 조직을 다 만든 이후라도, 아니 오히려 문제는 모든 시스템 차원의 해결책이 두루 완비된 것 같은 순간에 비집고 나온다.
광야 생활 3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다. 앞의 10장만해도 행진 시의 순서와 규율 등을 제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11장에서 백성들의 분란과 신의 진노를 다루고 있다.
크게 두 차례의 민란이 일어났던 것 같고, 지도층 내부에서 규모가 작은 분쟁이 한 차례 일어났던 것 같다. 첫번째 민란은 간단하게 백성들의 불평 불만에 여호와가 진노하셔서 텐트촌에 불이 났다고만 기록하고 있다. 사실은 불을 지르며 민란이 일어났고, 그걸 가까스로 진압한 것이 아닐까?
두번째 민란은 식량 문제인 듯 하다. 앞에서 나오지 않던 만나가 여기서 나온다. 이들의 주식이었던 만나에 백성들이 점점 질려가고 있었고, 백성들은 고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목 바로 앞에 이스라엘 백성들 중에 섞여 살던 타민족이 욕심을 부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욕심이 고기 파동으로 이어진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 고기를 전담하는 소위 백정과도 같은 계급들이 있는데, 그들이 독점하자 민족 내부에서 타 민족처럼 경계선을 그은 것일까? 아니면 정말 다른 민족이 있었고 그들이 육축업을 독점하고 있었던 걸까? 그렇다면 앞서 그 수 많은 번제에 쓰인 동물들은 어떻게 공급할 수 있었던 걸까? 이들 육축업에 종사하던 민족이 당시 짐승을 공출하던 방식에 반기를 들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텐트촌 경제에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것은 민란으로 이어진다.
이에 모세는 신에게 원망하고, 신은 처방이 내려온다. 민족의 지배계급 70명을 세우고, 또 백성들에게는 메추라기를 선물한 것이다. 지배계급 70명은 앞서 각 가문별로 세운 수장들의 수를 크게 늘린 모양세다. 지배 관료가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거다.
여기서 또 재밌는 건 메추라기를 공급한 다음에 이어지는 신의 진노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단지 앞에서 백성들이 불평을 늘어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하다. 선물을 주고 벌을 주는 건 왜일까? 어쩌면 이 때의 진노- 그것이 어떤 형태인지는 기록이 안 되어 있으나-는 당시 흔하게 돌발하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을까? 화재가 일어나고 민란이 일어나고, 희생자도 생겼을 거고, 그에 따른 전염병이나 여파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세번째 지도층 내 내분은 모세로 인해 촉발된다. 모세가 첩을 들이자 모세의 아내와 모세의 형이 모세의 권위에 대한 회의를 하고 나선 거다. 이 반항은 모세의 아니가 나병에 걸리는 것으로 해결된다. 그리고 이 여인은 텐트촌 밖으로 끌려나간다. 성경에는 일주일 뒤에는 돌아오게 한다고 되어 있지만 정작 진짜 돌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앞서 호밥과 마찬가지로 뒤에 등장하는지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