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다시 읽는 성경
민수기 31장
자카르타
2017. 10. 4. 13:04
지난 30장도 별로 였는데, 31장은 막장이다.
미디안 족속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자와 아이들은 죽이지 않고 포로로 데려왔더니 그마저 버럭 화를 내며 남자와 성관계를 맺지 않은 여자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다 죽이게 한다. 이러니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미움을 받지.
전쟁에서 돌아온 장병들에게 7일 동안 진영 밖에 머무르게 한 조치가 흥미롭다. 정결 의식이라고는 하지만 그보다는 심리적인 완충지대를 만들려한 것이 아닐까? 그 엄청난 살육의 현장에서 쌓인 분노와 광기들을 민간인들에게 노출할 수는 없었겠지. 어차피 정결이란 것도 육체와 심리를 아우르는 것이 아닌가?
구약을 보면, 신이 인간사에 미주알고주알 개입하는 걸 보면 빅브라더가 떠오른다. 엄마무시한 통제사회. 그 통제의 범위가 인간의 심리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어 더 갑갑하고 섬뜩한 사회.
어제 모인 친지들이 그런 얘길 한다. 예수를 믿었으니 복을 받아야지. 솔직히 복을 받기 위해서 세상 쾌락 포기하고 신앙생활하는 거 아니냐. 예수의 '구속(구하여 속함)'을 '구속(얽메임)'으로 보는 관점은 뿌리 깊다. 그 압박에서 해방시킨 것이 예수의 가장 큰 공로가 아닐지. 그게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라는 말의 뜻이 아닐지.
예수가 이때 있었다면 아마 이러지 않았을까.
"까지마라 새끼들아! 너네들 그냥 약탈이 하고 싶었던 거 아냐. 하나님 팔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