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12년 4월 23일 오후 10:17

자카르타 2012. 4. 23. 22:34


이사를 하고자 한 계획은 순전히 충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계획이라기엔 너무나 준비가 없었다. 무계획에서 비롯된 행동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지치고 분노하게 만든다. 오늘 어머니와 함께 돌아다닌 서산 나들이도 그랬다. 이모의 돈을 갚기 위해서였던 외출이었는데, 출발 전부터 뭔가에 속이 뒤틀려 있었던 터라 건건사사 맘에 들지 않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화는 눈마저 어둡게 하는 모양이다. (아, 누가 그러는데 열이 머리로 올라오면 눈이 먼다고 하더라. 그 말이 맞는 듯 싶다.) 돈을 정리하기 위해서 은행에 들렀는데 엉터리 기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찬찬히 살펴봤더라면 보였을 글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입금이 되지 않았노라고 전 주인에게 전화를 걸고 법석을 떨었다.
그렇게 감춰지지도 않는 감정들을 미적미적 흘리고 다니다 보면 이렇게 저녁에 홀로 누워있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 내가 모자란 탓인데... 일을 그만 둔 것 하며, 서산으로 내려온 것, 덕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것 하며... 나 자신에게 모든 잘못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도 억울하고, 그렇다고 그것을 어머니 탓으로 돌리는 미련한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출구가 있어야 한다.
이번 주까지 시놉시스를 다시 수정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다시 맘을 차분히 하고 내 이야기, 내 주인공을 살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