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자카르타 2018. 2. 9. 23:06



어쩌다 글을 봐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조금 만져서 보내고 나면 십중팔구는 못마땅해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저자의 말처럼 표준이랄 수 있는 문장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고 보면, 그들의 글에는 각자의 개성과 곰삭인 고민이 단어 사이에 행간에 담겨 있는 것인데 섣부른 짓을 한 셈이다. 제 글도 제대로 못 쓰는 것이 뭐 남의 글까지. 이런 생각에 이제는 가능하면 남의 문장에 왈가왈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저자가 교정에 대한 책을 쓴 것은 원칙 때문이다. 글이란 게 생각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한 것이고 보면 그 생각이 명료하게 올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다. 많은 내용들은 기존 ‘우리말 바로쓰기’ 같은 책에서 다룬 이야기들인데 <동사의 맛>의 저자의 책 답게 좀더 맛깔스럽게 요리해 놓았다. 신선한 자극은 덤. 한국말의 어순을 영어권 언어와 비교하면서 ‘펼치는 언어’로 설명한 것은 두고두고 곱씹게 된다. 요즘도 보고서나 하다못해 문자를 쓰면서도 생각하게 된다. 저자가 다음 기획을 하고 있다면 이 부분을 좀더 자세히 풀어줬으면 좋겠다. 은, 는, 이, 가의 철학이랄까. 김훈의 예를 들어 설명한 부분도 좋다. 

<동사의 맛>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가 동사 설명과 얽히면서 나아간 것이 절묘했는데, 이번에는 같은 구성이지만 설명과 겉돌아 갸웃하게 된다. 그러나 그 내용 만으로도 어엿한 중편 소설이다. 이분 조만간 소설책 내실지도. 좋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