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

자카르타 2018. 8. 16. 18:55




강림은 왜 그토록 팀의 환생을 원하면서 이제껏 쌓아온 48번의 성과를 거는 무모한 도전을 했을까? 그만큼 망자의 억울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걸까? 그보다는 자신과 같은 죄를 저지를 중위와 일병에 대한 연민이 컸던 걸까? 짬짬이 나오는 플래쉬맥을 보면 수홍이 묻히는 순간을 강림이 목격했기 때문에 팩트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문제는 피의자들의 진술을 끌어낼 자신이 있었는지가 관건이겠다.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염라대왕을 호출하지만, 사실 그 앞에 강림과 혜원의 이야기는 중위와 공유된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만 공유된 것이라 여기서 중위가 동화되는 것이 약간 억지스럽기는 하다. 

그런 정보의 불균형에 따르는 감정의 흐릿함은 종종 발견된다. 마지막 강림이 팀원에게 용서를 구하려는 장면도 그렇다. 관객이 보기에 해원맥과 덕춘이 농담으로 강림의 말을 막는 것은 이미 흔쾌히 용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강림 입장에서는 해원맥과 덕춘이 성주에게서 전사를 들었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용서받을 기회가 또 유예된 것일 텐데 여기서 강림의 표정은 아쉽기 보다는 오히려 용서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곱씹어보면 이 영화 이런 지점들이 꽤 있다. 

그러나. 

그런 앞뒤 맥락의 삐걱되는 지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꽤 재밌다. 사실 이거 보기 전에 <인랑> VOD를 보고 가서 더 그런지도. 암튼 수홍과 강림의 여정은 까닭없이 길고, 가장 많은 정보를 골고루 가진 것이 관객들인데도, 모든 인물들의 감정이 관객과 같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이 의아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에피소드와 장면의 완결성은 정확한 감정을 만들어 내면서 다음 장면을 불러낸다. 형제의 라이벌, 원수인듯 은인인듯, 흔한 설정들을 덧댔지만 무리없이 한 이야기로 봉합하면서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완결해 낸다. 특히 저승과 이승, 전생과 현생으로 나뉘는 몇 개의 평행 구도를 엮어내는 실력은 두고두고 복기해볼 만하다. 비닐과 삼베와 가죽을 덧대 만든 훌륭한 코리안 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