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죽어감
죽음과 죽어감
- 저자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 출판사
- 이레 | 2008-08-18 출간
- 카테고리
- 인문
- 책소개
- 죽음을 통해 알려주는 삶의 의미! 「인생수업」으로 삶과 죽음에...
몇 년 전 병원에 계신 이모부를 문병간 적이 있다.
가족들은 이미 의사로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이모부는 가족들에게 진단 결과를 재촉하고 있었고, 그 역할을 엑스트라인 내가 맡게 되었다. 난 이모부에게 간염이라며 간단한 수술로 완쾌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을 읽으면서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 가족들이 내게 그 '임무'를 맡겼던 것이, 내가 이모부께 어떤 신뢰감을 줘서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내게 그 잔이 돌아온 것은 이모부에게 나라는 사람은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 억지로 슬픔을 참는 미소, 담당의를 피하는 시선, 이모부에 대한 예전 같지 않은 가족들의 관심은 이모부에게 말보다 분명한 언어였기 때문이다. 나라는 배우는 이모부의 인생 무대에서는 신인이었고 읽지 못하는 '언어'였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은 죽음을 앞두고 인간이 스스로에게 혹은 서로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2년 반 동안 500여명(세미나 방식의 인터뷰는 200여 회)을 인터뷰하고 이를 기록했다고 한다. 시한부 환자들이 불치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겪는 심정의 변화 5단계는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일 것이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 5단계는 단지 죽음만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압도하는 상황과 대적을 대하는 감정의 플롯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명쾌하게 정리한 것에 있지 않다. 500여 명의 인터뷰의 살을 발라내서 앙상한 뼈들을 -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위로를 주지 못하는 구조로 드러내는 대신, 그는 시종일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수정하라는 강령을 외치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이자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일에 있었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가 죽음에 천착한 것은 죽음을 부정하여 삶에서 유리시켜 놓고는 인생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모부에게 거짓 진단을 전해드린 뒤 석달이 안되어 이모부는 돌아가셨다.
그 사이 이모부와 내가 마주칠, 내 거짓을 사과할 기회를 얻지 못했음에도 회한이나 죄책감이 남지 않았다. 이모부께 사실을 얘기했어야하는지 아니면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는지는, 이 책을 읽고난 뒤에도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도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때 그 이야기를 피하려고 했었던 것이 '죽음'에 대한 자신의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냐고 묻는다. 그때 나는 어땠을까? 기억에 없지만 나도 다르진 않았을 듯 싶다.
'죽음은 죽어감의 끝이다.' 니체의 말이란다. '죽음'에 대한 인지를 바탕으로 살아갈때 그 때의 삶은 단순히 죽어감이 아닌 새로운 지경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