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
맥기 할아버지의 <Story>는 아마 내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은 책일 게다. 처음 읽고 홀딱 반해 600여 페이지를 90페이지 요약본으로 만드느라 몇 번을 거듭해 읽기도 했고, 그 후로도 일년에 한 번 정도는 꼭 읽는다.
그래놓고도 두번째 책 <Dialogue>를 이제야 읽은 건 뭐랄까. 면목없는 마음이었던 탓도 크다. 이제는 좀 배운대로 변변한 글 하나 써볼 때도 됐는데 여전히 선생님 슬하를 맴도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러다, 시나리오 앞에서 몇 개월을 지분거리다 맥기 할아버지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맥기 할아버지의 육성은 여전하다. '천재가 아닌들 어떠냐?' 천재들의 영감 따윈 내 알바 없고, 인생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자신에 대한 질문과 탐구를 멈추지 말라며 다독인다.
'대사'에 대한 내용이지만 결코 맥기 할아버지의 전작 '이야기'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야기가 좋다면 대사가 나쁠 수 없다는 것. '이야기'에서 주장했듯이 행동과 반응의 '비트'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그 기저에 흐르는 서브텍스트의 가치 변화를 주목하라고 한다.
<Story>에서 비교적 간단하게 다뤘던 비트를, 대사를 중심으로 설명하니, 그때 미처 이해 못했던 것들도 좀 더 이해되는 듯 싶다. 맥기 할아버지처럼 대사의 서브텍스트의 욕망을 명쾌하게 짚어낼 수 있는 감식안이 내게 있을까 자문하게 되지만, 모든 창작물은 '자기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말씀엔 상업적인 시나리오 조차 자기 수양이구나 싶으면서, 계속할 힘을 얻게 되기도 한다.
맥기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