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연기
요즘 몸의 감각과 창의성에 대해서 깊게 탐색을 하는 지인이 있어 소개해 준 책이다. 정작 나는 읽은지가 꽤 오래된 탓에 어떤 내용인지도 가물한데, 뜻밖에 지인의 열렬한 반응에 나도 새삼 호기심이 일어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저자인 키스 존스톤이 평생 연기를 가르치며 나누고 배웠던 일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하위 장을 이루는 '비망록', '지위 거래 놀이', '즉흥성', '이야기 만들기', '가면과 무아경' 등은 각각 즉흥연기를 서로 다른 관점과 매소드면에서 이해하도록 쓴 글들이다.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즉흥에 뛰어난,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자라면서 그것들을 '제어'해 왔다는 주장이다.
그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부추겨온 것이 키스의 수업의 내용이고 또 이책의 내용이지만, 키스는 단순히 모든 것을 벗어버리라는 식으로 주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를 억누르는 것들을 포함한 나와 내 환경들에 대한 감각을 벼르고 벼러서 그것들을 넘어서라고 얘기한다. 두번째 장 '지위 거래 놀이'는 우리의 소통 방식이 온통 '지위 거래'로 가득차 있으며 그것을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을 때에 다양한 소통의 방식들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다 이 책을 나와 함께 읽게 된 지인은 요즘 이 책에 나온 다양한 '훈련'들을 수시로 따라한다고 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그런 충동이 일만큼 이 책은 다양한 놀이와 훈련으로 가득하다. 단지 연기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승천하지 못하고 이무기로 남았다는 자책에 빠진 작가들, 사는 게 무료할대로 무료해진 '어른'들이 읽는다면 다시 말랑말랑한 머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이 책의 저자 키스가 우리에게 전하려고 한 것이 어떤 '효용'이나 '기능'이 아니라 삶을 제대로 사는 데서 얻는 '행복'이라는 것도 체감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키스의 열정과 그의 재기발랄함, 통찰에 몇번이고 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