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4 나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지금 내가 서 있는 막다른 길을 갈림길이라 부른다. 막다른 길에서 낙심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쨌거나 끝을 보고 달려온 이 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보다는 두려움이 살짝 섞인 설렘을 갖기로 한다. 일상다반사 2015.03.24
20140917 어제는 산책하다가 넝쿨에 걸린 멧비둘기를 만났다. 그저께는 수채구멍에서 아주 작은 달팽이 하나를 만났다. 아마 부추를 씻던 중에 함께 들어갔던 모양이다. 그보다 며칠 전 작정하고 싱크대 거름망을 솔로 박박 문질러 놓은 게 다행이다. 또 낮에 부추를 씻고 저녁에 발견하기까지 뜨.. 일상다반사 2014.09.17
20140520 저혈압의 아침. 샤워로 남은 잠을 씻어내면 꿈들마져 녹아내린다. 꿈들을 기억하기란 떨어지는 낙엽에 적힌 글을 읽어내는 것 같다. 낙엽처럼 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잠은 어제가 익은 잔. 일상다반사 2014.05.20
20140519 감정과 어긋나 있는 말들만, 기호들만 쏟아내고 있다. 그림자를 잃어버린 피터팬처럼 둘은 계속 어긋난다. 오래 전 미술원 입시 때가 떠오른다. 검은색, 하얀색 포스터 물감과 지우개 두 개만 주고 가운데 물병을 그리라는 게 시험이었다. 어릴 때 24색, 36색 색연필만 있으면 그림이 저절.. 일상다반사 2014.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