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자카르타 2012. 9. 13. 17:30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

저자
고미숙 지음
출판사
사계절 | 2009-07-0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자유로운 백수, 임꺽정! 우리 시대 마이너들에게 삶의 비전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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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은이와 얘기하다가 소개받고 선물받은 책이다. 선조조의 비거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던 중인데 뭔가 아귀가 딱 들어맞는 것이, 읽어야 할 책을 제대로 제 때에 만났다 싶다. 이 책은 일년간 임꺽정에 빠져 살았던 저자의 독후감이다. 수유너머 연구소 연구원이기도 한 저자가 임꺽정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 기록이기도 하단다. 

임꺽정은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요즘 쓰는 글 때문에 순위가 저만치 밀려났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조만간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다. 그뿐인가? 다른 몇권의 대하소설과 함께 해마다 돌아가면서 숙독을 해야지 각오도 해본다. 


우선은 그 싱싱한 우리말이 너무 탐난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남자들의 수다 속에 담긴 삶의 말. 지금 내가 기획서에 쓰는 죽은 글이 아니라, 체온이 느껴지는 그런 말들이 너무 좋다. 그 수다, 그 말에는 이야기가 많다. 그 이야기들은 복선과 클라이막스에 취해있는 서사가 아닌 삶의 들숨 날숨이다. 그 숨들이 모여 DNA를 만들고 살집을 만든다. 그래서 그 글을 읽는 것은 모태로 돌아간 것처럼 안온함을 준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데 임꺽정이 명종 시대의 사람이란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선조조의 바로 앞이다. 임꺽정이 죽은게 1562년. 임진왜란이 1592년.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지금 간절한 부분도 그 당시의 생활사다. 그것을 알 수 있으려면 어디에 고개를 파묻어야 할까 고민이었는데 다행이다. 월척을, 아니 노다디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내 소욕을 자극하는 매력 외에도. 아니 더 큰 매력은 임꺽정의 정체성이다. 짐짓 의적을 가장하지 않는. 그러나 훨씬 근원의 가치인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는 모습에서 그저 시나리오의 소재로서가 아니라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인 내게 적잖은 통찰을 준다. 


고미숙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또 다른 덤이다. 앞으로 읽을 거리 많아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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