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겨레 과학여행 1(김치도 과학이에요)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다 보면 전혀 기대와는 다른 책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또 오랫동안 카트에 넣어놨다가 산 덕에 왜 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책들도 더러 있다. 이 책은 과학책이니 자료 삼아 산 책임은 분명하지만 카테고리가 아동으로 분류되는 건 뜻밖이었다. 아동책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방송 대본을 초등학교 5학년을 기준으로 쓰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공들인 각색과 대패질에선 내용의 본질과는 다른 시사점들이 있기 마련이다. 당장 이 저자가 쓴 다른 아동 전집도 이참에 들였는데 그림이나 압축된 에피소드 등은 좋은 자료가 된다.
이 책은 정동찬이란 분이 쓰고 감수한 책들 중에서 가장 저자와 거리가 먼 책은 아닌가 싶다. 지금 들여놓은 책들만 보면 <겨레과학인 우리공예>란 책이 있고, 정동찬 감수를 내세운 60권 아동용 전집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정동찬 원작'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아래에는 '이영준 구성'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니 편집도 아니고, 아이들 책으로 각색을 했다는 말일 듯 싶다.
원서인 <겨레과학...> 이 논문 수준의 밀도와 분량을 갖고, 톨스토이에서 나온 전집이 이를 바탕으로 에피소드들을 아예 새로 구성해서 이야기 식으로 만든 것이라면 이 책은 그 사이를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 주인공 슬기와 재치라는 아이들이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도슨트인 박사에게서 설명을 듣는 방식인데 새롭고 진부한 것을 떠나 그 새로운 구성이 그저 단편의 지식을 전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책의 많은 분량들이 군더더기로만 보인다. 차라리 만화식으로 구성해서 정말 박물관에 간 것처럼 사진 자료를 충실하게 구성했더라면 좋았을 성 싶다.
그럼에도 종종 발견하는 전통과학과 문화에 대한 단편 지식들은 더 읽을 거리나 볼 거리를 찾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서 그 전집이나 원서를 종종 뒤져보게 된다.) 특히 옛날의 쥐덫처럼 단일한 주제로는 다른 책에 실리기 어려운 물품들도 다루고도 있다. 지나치게 우리 전통 과학과 문화를 현대의 과학의 원류로 잇대으려고 하는 점은 여전히 거슬린다. 차라리 그 당시의 가치에 집중했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쥐덫, 활비비, 비짐, 부들, 덩 등 새로운 소재들을 발견한 것은 적잖은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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