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노아

자카르타 2014. 7. 25. 20:53



노아 (2014)

Noah 
5.3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로건 레먼
정보
드라마 | 미국 | 139 분 | 2014-03-20
글쓴이 평점  



역시 리뷰는 그때그때 해야 한다. 당장 지난 주 봤는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이 영화를 둘러싼 성경의 왜곡 문제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이 났었을 것 같다. 성경과 가장 다른 것이 있다면 배에 탄 사람들의 구성일 게다. 성경에서 노아의 자식, 셈 함 야벳과 그들의 아내들이 타고 있었다고 한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셈의 아내만 있을 뿐 함과 야벳의 아내는 없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두발가인이 배에 타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의 구조다. 성경에서 대홍수 이야기를 둘러싼 갈등은 홍수에 대해 회의하는 노아의 내면의 갈등 정도였던 것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 대런 애런노프스키는 좀 더 치열한 갈등을 찾아 들어간다. 이런 감독의 전략이 타당했을까? 적어도 그 갈등과 접하는 순간 이전에 통념으로 알고 있던 노아의 갈등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으로 봐서는 적절한 전략인 것 같다. 감독은 '타인의 구원'에 대한 노아의 갈등에서 더 깊이 들어가 '가족과 자신의 구원'이라는 문제로 들어간다. 


영화에서 노아는 대홍수 이후 살아남을 종 중에 인간을 포함시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고민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죄성은 개인 편차를 훨씬 뛰어넘는 문제다. 노아가 정확히 자신의 죄성을 어디서 깨달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차례 환상을 통해, 그것도 자신이 아니라 두발가인 종족의 죄악을 보면서 각성에 이른다는 것인데 바로 여기서 관객들과 노아의 신념이 엇갈리게 된다. 사실 자신의 생명이 보장된 상태에서 남의 죽음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을 느끼는 것은 제 3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 심판의 한 가운데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자신을 놓을 때 그 연민과 공감에서 나오는 공포가 더 실감날 수 있을 게다. 그런 면에서 감독은 적절한 포석을 뒀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런 노아의 생각에 수동적으로 저항하는 가족들 외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두발가인을 배에 태우면서 그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성경을 왜곡하고 모독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뭐 보기 나름이겠지만 그 어떤 기독교인의 해석보다도 노아의 심리를 깊이 파헤쳤다고 생각한다. 성경에서 뜬금없이 등장하는 술주정뱅이 노아에 대해서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한 서사를 본 적이 있을까? 기존에는 그저 하나님의 심판에 동참한 이후 다시 나태해져서 술에 빠져든 것처럼, 별다른 묘사가 없이 이어지지만, 영화에서는 스스로 신의 심판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그 많은 희생을 치르고도 완성하지 못했다는 자책을 그 근거로 든다. 그 연장선에서 함과의 불화도 설명하고 있다. 


비록 방주를 만드는 장면에서 거대한 추락천사들의 등장이 영화의 톤을 다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인물의 갈등에서는 탁월한 통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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