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살인사건> 연출이 인상 깊어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 봤다. '옥스퍼드...'가 2008년이고 <더 바>가 20017년이니 거슬러 내려온 셈이다.
한 공간에 영문도 모르고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밀폐이긴 한데, 도심 속 도로를 향해 통창이 나 있는 바가 배경이어서 색다르다.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은 두어 발짝을 떼기도 전에 저격수에 의해 살해당했다. 바에 남은 사람은 8명 그리고 화장실에 처박혀 구멍이란 구멍에서 죄다 오물을 쏟아내는 남자 하나.
TV는 총격 사실을 전하지도 않고 왜곡된 보도만 하고 있자, 사람들은 짐작한다. 정부가 자신들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이유는? 자연스럽게 화장실의 남자에게로 혐의가 쏠리는데, 남자는 이미 가사 상태.
이들의 예상대로 정부는 바의 내부를 소각하고 소개 작전을 치르지만 지하실에 생존자 다섯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 사이 생존자들은 죽은 남자에게서 백신 4개를 발견한다. 그 다음은 예상하듯 백신 쟁탈전이 벌어진다.
바에서 지하실로 그리고 하수도로 이어지는 밀폐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 게임이 여러 영화들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노숙인, 은퇴한 경찰, 잘 차려입은 행상, 노회한 술집 주인, 점원 등등 다분히 전형적인 캐릭터에 뜬금없는 감염자와 핸드폰, 백신이라는 아이템까지 어찌보면 게임과 같기도 하고. 두루두루 잘 차용하고 잘 버무렸다.
마지막 탈출한 인물이 오물을 뒤집어 쓰고 군중 속을 헤매는 장면은 아마 몰래 카메라로 찍은 듯 싶은데 난 좀 억지스럽던데, 다른 사람들은 어찌 봤는지 궁금하다. 이 장소가 외부를 완벽히 차단한 밀실이 아니라 유리창 하나 사이로 도심과 맞닿은 곳이어서 그런 결말이 필연이었을까? 쥐도 새도 모르게 격리하고 소거해 버리는 권력을 꼬집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