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바람의사신

사건의 다의성

자카르타 2012. 12. 6. 14:17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앞에서 아무생각없이, 혹은 다른 이유로 만들어 놓은 사건이 뒤에 가서 예기치 않게 기여하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글쓰기에서 느낄 수 있는 신비일 텐데,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게 아니겠냐고. 우리가 겪는 삶의 모든 순간들이 우리가 해석하고 인지하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여러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다양한 인과관계가 뒤얽혀 있기에 이런 결과도 저런 결과도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삶은 그리마와 같다. 무수히 많은 다리들을 분주히 움직이는. 우리는 그 다리에 무엇이 걸려들지 아무 것도 모른다. 오직 매 순간 그 예기치 않은 발견에 소스라치며 놀라거나 감탄사를 연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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