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

자카르타 2012. 12. 18. 23:04


한국사에도 과학이 있는가

저자
박성래 지음
출판사
교보문고 | 1998-10-0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우리 민족의 과학적 창의성에 대한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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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잘못된 줄 알았다. '한국에도 과학사가 있는가'여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제목을 제대로 붙였음을 알게된다. 일단 저자는 과학이란 것이 독립된 영역으로 분화된 것은 채 200년도 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 과학사는 고사하고 과학을 유물과 유적에서 살뜰히 발라내는 일은 상당한 감식안이 필요한 일이다. 그러니 과학사를 구성하기 이전에 우리 역사에 숨겨진 과학을 찾는 일이 과제가 된다. 


언뜻 생각하기에도 역사 속의 과학의 목록들은 몇 가지가 된다. 첨성대, 세종 때의 여러 발명품들, 한글 등. 저자 역시 그렇게 익히 알려진 것들 위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막연한 주례사평을 경계한다. 책의 전반에 걸쳐 아주 자주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우리 역사의 뛰어난 과학 성과물들이라는 것이 일제시대에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과장된 것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점이 일제시대에 유용했다면 해방 이후에는 우리 과학사를 새롭게 조명하고 발굴하는 일을 계속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소개하는 우리 문화재의 과학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다. 충분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해석들을 소개하면서 당시에 인접국인 중국와 일본에 견줘 얼마만큼의 성취를 이룬 성과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러나 비교가 연대기 상 얼마나 빠르고 늦었는지에 대한 설명일 뿐 그 성취가 정확히 어떤 과학의 진보를 이루었는지 개개의 유산들이 어떤 원리로 어떤 개선을 이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아 아쉬운 면이 많다. 가령 칠지도가 제강제련 기술의 진보를 나타내는 성취라면 그것을 만드는데 그 이전에 어떤 난제가 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해결한 거라는 설명이 없다. 이는 다른 문화재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책 제목처럼 어떤 성취를 이룬 지점들을 표시하는 정도의 의미, 거기에 우리 과학사의 명암을 상당히 솔직하게 조명하고, 현재의 문제점까지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은 이책의 장점이다. 아마도 이러한 저작들을 바탕으로 지금 내 책상에 놓인 다른 전통과학 분석서들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박성래라는 분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권위를 가지고 계신 분인듯 싶다. 내가 자료 수집 차 몇년 전에 한국 과학사 책을 조사했을때는 거의 이분의 이름이 적힌 책밖에는 없었을 정도다. 


요즘 시나리오를 쓰면서 정전기 발생장치인 뇌법기의 원리와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 그 자료를 얻게된 것도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