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무기와 방어구 (중국편)

자카르타 2013. 1. 16. 23:43



무기와 방어구: 중국편

저자
시노다 고이치 지음
출판사
들녘 | 2001-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중국의 무기와 그의 역사적, 기술적 배경을 설명한 책. 기원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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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한 10년 됐을까? 그때 삼국유사를 가지고 아이들이 보기 좋은 만화책을 만들자 해서 자료를 만들던 적이 있었다. 그때 원고를 일차 작성하면 어느 교수님이 그 원고에 대한 감수를 해주셨는데 그때 알게된 것 중 하나가 우리 역사가 상당히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거 였다. 심지어는 내가 정론이라고 생각했던 이이화 선생 조차도 민족사관과 재야 학자로서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때 내 원고 중 지적을 받은 것중의 하나가 광개토대왕릉비의 비문 해석에 관한 얘기였다. 지금은 그 얘기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요점은 그거였다. 당시 삼국은 한 민족이라는 개념은 전혀 없었던 시기였으며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의존하는 관계였지 지금 일부에서 얘기하듯이 우리가 문화를 일방향으로 전해주는 처지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문제가 된 것도 이미 오래 전인데 이들을 비판하고 반박하는 것과 더불어 우리 사관에서도 그런 면은 없는지 살펴봐야겠다. 


<무기와 방어구 : 중국편>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우리의 무기 체계에 관한 책들이 자랑삼아 꺼내놓는 무기들이 다른 시선에서 보자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이책을 읽고 또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고려의 최무선이 화약을 도입한 것도 우리로서는 환호할 일이지만 동아시아나 세계의 발명사에서 볼 때는 아주, 심하게 아주 뒤쳐진 일이다. 또 지금도 여러 책에서 말하고 있는 무기들 역시 - 이를테면 비격진천뢰나 수뢰, 신기전 등 역시 다른 무기 개발사와 비교한다면 그리 내세울 것이 못된다는 걸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걸 부끄러워하고 감추고 과장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중국도 마찬가지고 어느 문명이나 교류와 협업이 없이는 기술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기술을 비약시키기에는 상당히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북쪽의 유목민에게서 기병 체계를 배우고 또 남쪽에서 화약 기술을, 또 서양에서 방어구와 열병기 등을 수입 개량할 수 있었던 것을 봐도 그렇다. 일본은 또 어떤가? 동남아시아로부터 서양의 문물과 무기들을 수입했기에 임진왜란 초기 전쟁국면을 주도하거나 명치유신을 진행할 수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반도국가이기 때문에 문명과 문물의 통로라는 얘기는 반은 옳고 반은 그른 얘기다. 지정학상의 조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 그리고 주변국과 어떤 관계를 취하는지, 또 주변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그런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훌륭한 문명의 전달자라기 보다는 강력한 필터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 책은 화약 사용의 유무에 따라 화기와 냉병기로 나누고 또 그 아래서 사정거리나 사용법에 따라 다양한 종류를 구별하고 있다. 대개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의 진화와 비슷하게 무기의 체계도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장에 필요한 농기구가 무기로 개량되는 것을 봐도 그렇고 동물들을 잡기위한 활이나 작살 같은 것들이 살상용 무기로 진화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스펙타클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래도 공성용 병기들이다. 


더디지만 꾸준한 무기의 진화를 보면 아주 작은 기술의 진보도 그를 견인하는 물토대나 없으면 전혀 도입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투박한 옛 병기들을 보면 당시의 전쟁이 얼마나 병사들에게 공포감을 극대화했을지도 상상이간다. 현대전이 거리와 각종 현대장비로 살육을 다른 신호로 번역해 내는 것과는 달리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 방패들에 주문이 적혀 있고, 지금의 시선으로 볼 때 터무니없이 군더더기 같은 장식들이 즐비한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에 비하면 현대전의 장비는 그야말로 성능과 기능만 두드러진 목적지향의 기술들이다. 


이 책은 일본 작가가 지었다. 중국에 비슷한 책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본의 이런 꼼꼼함은 종종 경탄을 마지 않게 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적은 색인과 참고문헌도 마찬가지다. 비슷하게 한국의 무기를 소개해 놓은 <화염 조선>이란 책을 얼마전에 읽은 적이 있다. 거기에 보면 이 책에서 그대로 문장 채로 가져온 단락이 보이는데도 전혀 참고문헌이나 각주를 달아놓지 않았다. 아마 인식의 차이일 듯 싶은데 이런 건 그 분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고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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