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자카르타 2013. 1. 20. 23:33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출판사
한문화 | 2000-06-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11년동안 글쓰기에 대한 방법을 강의한 미국의 유명 강사의 글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원고 계약을 한지 이주가 지났다. 지지부진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지난 금요일부터는 체해서 이틀 동안 꼼짝을 못하고 누워있었다. 

아님 말고의 만만디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아무래도 큰 부담을 줬던 모양이다. 이제 맛살과는 안녕이다. 

조짐은 벌써 시작됐다. 계약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 회를 또 수정해보냈지만 그 다음 회는 도무지 손에 잡히질 않았다. 여전히 원고를 앞에두고는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에 뭔가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싶어 꺼낸 책이 이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다. 


누가 추천해 줬는지, 언제 읽었는지도 모르는 책이다. 기억도 가물하지만 다만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서 그리고 요즘의 내 모습마져도 그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무한 긍정의 자세를 가르쳐준 책이라는 것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다시 용기 백배하고 싶어서 꺼내본 것도 있고, 또 얼마 전에 막 글쓰는 재미에 들어간 친구에게 추천을 해 준 터라 다시 읽게 된 것도 있다. 


우연인지 요즘 읽게되는 책들이 모두 '선'과 관련이 있다. 이 책의 저자도 불교도로 참선을 꾸준히 정진하고 있고, 또 바로 직전에 읽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도 선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를 떠나 선이 강조하는 것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복잡한 소음에서 벗어나 참 나와 마주하는 것 그리고 자기 안의 못난 모습과 그 사이 빛나는 고귀함을 동시에 인정하게 하는 것. 그래서 내가 쓰는 글도 지금 나의 반영이 되도록 더 깊이 깊이 몰입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세상과의 단절의 수단으로 글쓰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다. 일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부잡스런 갖가지 욕망들이 그 일상을 채우고 있는 값진 순간들, 고유한 존재들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세부묘사'의 힘이라고 한다. 내 주위의 것들을 세밀히 관찰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그것을 묘사할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진실한 글을 쓸 수 없다고 한다.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글쓰기 강사이자 이름난 시인인 저자임에도 좌절하고,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억지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글을 써야만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초보 작가로 시작하면서 꿈의 실체가 가까이 오면서 불안도 깊어가고, 자신감도 옅어진다. 그리고 오히려 다른 일들이 내게 더 맞지 않았을까 회의도 하게 된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이 모두가 겪어야 할 일이다. 다만 지금 내 부족함 그리고 그럼에도 그 안에서 빛나고 있는 일말의 고귀함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 그래서 부단히 써나가는 것 그 길 밖에 없음을 차근차근 조곤조곤 얘기해주고 있다. 참 고마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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