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20130708

자카르타 2013. 7. 8. 22:53


어제 갑자기 충동이 일어 대공사를 벌였다. 책방의 거실쪽 벽에 있던 책꽂이를 모두 자는 방으로 옮기고, 빈 벽에는 방 한가운데 있던 책상을 붙여놓았다. 갑자기 결정하게 된 거긴 했지만 진작부터 책방이 갑갑하게 느껴지긴 했다. 아티스트 웨이에서도 방 분위기를 바꿔보라는 권면도 있었고 또 요즘 플롯 분석을 하기 시작했는데 분석한 결과물들을 붙여놓을 벽이 전혀 없었던 것도 한 이유다. 아무튼 몸은 상당히 고됐지만 결과는 꽤 만족스럽다. 


책꽂이 책을 비우고 그 책꽂이를 옮기고 다시 책을 꼽는, 작업을 최소화하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역시 책꽂이 여기저기 숨어있던 추억들이 갑자기 복병처럼 얼굴을 내밀면 잠시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번에는 오래된 사진들은 아니고 십 수 년이 지난 편지와 고등학교 때 쓰던 사전들이다. 그 중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일한 유물이랄까? 64년도에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한자옥편사전도 있다. 


이 사전들을 붙들고 있는 건 무슨 의미일까? 고민하다가 사전들을 몽땅 버리려고 내놨다. 그러다가 다시 책꽂이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 이것들을 버리려면 더 마음을 비워야 하나보다. 아무튼 당분간 더 같이 살기로 하긴 했는데 앨범도 그렇고 사전들도 그렇고 지퍼백 같은 게 있어서 비닐로 진공처리했으면 좋겠다. 세월에 산화되지 않고 먼지도 쌓이지 않도록. 어딘가 있을 텐데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일수도 있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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