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공감의 시대

자카르타 2013. 7. 14. 01:16


공감의 시대

저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0-10-10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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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감'이란 키워드로 몇 권의 책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제레미 리프킨을 처음 만난 건 한 20년 전이다. 그때 읽은 <엔트로피>란 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문명이 어떤 기반 위에 있으며 그 기반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짚어주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에너지들이 조만간 '오일 피크'를 맞게 될 것이며 피크 이후 문명의 내리막은 상당히 가파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이대로 살아도 좋은가? 사뭇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고민이 되었으면 그 뒤에 나온 <수소 혁명>을 반갑게 읽었을까? 


<수소 혁명>에서는 화석 연료의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무분별하고 양극화가 심한 에너지 소비 현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말하자면 덜쓰고 나눠쓰는 문화, 문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거고. 그리고 태양열, 풍력, 지열, 조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더욱 개발하고 그것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로 '수소'를 소개하고 있다. 


<공감의 시대>에서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다. 다만 거기에 엔트로피의 증가라는 인류의 발달사를 꿰뚫는 화두에 더해 '공감의 증가'를 추가한다. 제레미 리프킨의 얘기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인류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지도 함께 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상호의존적이다. 소통 기술이 늘었기 때문에 에너지 개발과 사용(엔트로피 증가)이 가능했었고, 또 이를 위해서라도 소통 기술은 개발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앞부분은 이러한 주장을 증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4대강 문명처럼 관개시설 등 대규모 토목 공사를 벌이면서 문명을 일으켰던 곳에서는 어김없이 중앙집권식의 정부가 등장하고 피라미드 관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문자(소통 기술)를 만든단다. 그리고 중세의 기술 산업혁명을 견인했던 것은 인쇄술의 발달이고, 전기와 함께 전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본격 산업혁명을 맞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는 또 다른 산업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산업체계는 분산산업이다. 이전의 중앙집권식이 아니라 다양한 구심들로 흩어진 체계를 말한다. 이런 산업 체계를 지탱하는 것은 앞서 <수소 혁명>에서 얘기한 국지적인 에너지를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여기까지가 인류가 지나온 과거이자 인류가 필연으로 맞게 될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저자는 인류가 소통의 대가로 치르는 엔트로피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면 멸망한 문명들의 선례를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앞서 미래의 전망으로 제시한 분산산업 체계는, 그러니 필연으로 획득하게 되는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현재에 대한 반성과 행동으로 선택해야하는 미래라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은 삶과 문화, 교육 등 여러가지 면에서 전혀 다른 사고 방식을 요구한다. 이른바 '공감'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타인에 대한, 이국에 대한, 다른 생물과 자연에 대한 공감 의식이 없으면 (저자는 그걸 생물권 biosphere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인류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것이다. 

벌써 20년도 전에 저자가 주장한 대로 선진국의 인프라가 무너지는 사고들, 기후변화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또 일본의 원전사고도 벌어지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so what이다. 일개 개인인 내가 이런 걸 읽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공감 의식을 더욱 넓히기 위한 행동들을 제시해줬다면 좋았겠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더욱 큰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처럼 아직도 분배의 문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종식되지 않은 나라와 아직 에너지의 수혜를 맛도 보지 못한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공감은 너무나 요원한 가치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실효성 있는 각론이 아쉬운 책이었다. 저자의 해박함에는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고. 장장 760페이지를 삼주 동안 읽었다. 스스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니 조급한 마음도 사라지고 책 읽기가 훨씬 한갓진 일이 되었지만 좀 지친 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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