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천공의 눈

자카르타 2013. 9. 8. 16:25



천공의 눈

Eye in the Sky 
6.7
감독
유내해
출연
임달화, 양가휘, 서자산, 소미기, 임설
정보
범죄, 스릴러 | 홍콩 | 90 분 | -
글쓴이 평점  



<감시자들>의 원작이라고 해서 찾아봤다. 제작년도가 2007년 벌써 5년이나 된 영화다. 


'대상에 영향을 주지 않고서는 관찰할 수 없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적성 원리의 핵심이다. 물론 이 명제는 '본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광자와 같은 소립자의 충격에도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아원자 단위의 세계를 설명하는 얘기지만 일상의 공간에서도 이 원리가 유효함을 종종 느낀다. 요즘 읽고 있는 <이야기의 기원>에서는 예술의 근원을 '관심의 공유'에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 차원에서는 공동의 관심을 공유하고 협력한 종들이 다른 종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고, 개인 차원에서는 관심을 받는 것은 곧 지위의 상승과 연결된다고 한다. 즉 '관심'은 사회나 개인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기이자 매커니즘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람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분명하게 드러내도록 흰자위가 발달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 만큼 사람들에게 시선은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그 중요한 시선을 시종일관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흔하디 흔한 경찰 수사물에서 이 '시선'이라는 소재에 밑줄을 그어 강조한다. 실제 경찰 조직에서 있을 것 같지 않은 '감시조'를 만들어 낸 작가는 이후 영화를 관통하며 이 '수동의 관찰'을 씨줄로 삼아 이야기를 엮어간다. 현실에 개입하지 않고 오직 관찰만 하는 이들. 얼핏 생각하면 충족되지 않은 관음의 욕구불만이 이어질 것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상당히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그 이율배반. 이 영화는 '수동적인 시선'과 '역동적인 수사물의 긴장'이라는 모순 사이를 상당히 능숙하게 조율해 나간다. 

갱단 리더 진중산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들과 갱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얘기를 빼면 이 영화는 전반에 감시조들이 용의자를 잡기 위해서 그물을 치는 장면과 현실에는 개입할 수 없는 감시조로서의 무력함을 절감하는 부분,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감시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 정의를 회복하는 장면으로 구성된다. 

상당히 밋밋한 구성이지만 이 영화는 감시조 신입 '뚱녀'라는 인물로 이 이야기의 전복을 꾀한다. 감시라는 수동적인 임무의 한계는 뚱녀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임무의 한계가 아닌 한 인물의 한계가 된다. 그리고 뚱녀가 개인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설정으로 이 이야기는 자신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한다. 그러면 애초에 '시선'이라는 소재에 스스로 한계를 지운 것은 어떤 성취를 이루었을까? 


작가의 창작 작업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하는, '시선'에 대한 강조는 소재의 제한과 강조를 통해 뚜렷한 스타일을 이루고 있다. 나는 남을 볼 수 있지만 대상은 날 볼 수 없다는 준칙 아래, 영화의 앵글과 편집, 조명들이 일정한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다. 어찌보면 얕은 허들을 설치하고 그것을 사뿐히 뛰어넘는 작가의 장기자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선을 점유한 자와 시 점유를 폭로하는 자 간의 긴장을 다루는 솜씨는 탁월하다. (컨셉이 만든 긴장에서 더 나아갔으면 하는 것들이 있지만 그건 <감시자들>에서 나름 꽤 훌륭하게 성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허들의 허구성을 감추는데 일조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임달화라는 인물이다. 이 이야기가 신입 '뚱녀'의 시선에서 진행된다면, 이야기가 다루는 세계는 임달화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를 통해서 이 이야기는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이루고, 주제를 이룬다. 그런 설계. 쉽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꽤 주목할 영화다. 





<시퀀스 분석> 


1. ~ 0:13:12 뚱녀의 테스트 + 첫 강도 행각 

뚱녀가 버스에서부터 어떤 남자를 추적한다. (이와 교차해서) 강도들은 귀금속점을 터는 데 성공한다. 강도행각 중 한 놈의 돌출행동으로 잡힐 뻔 한다. 뚱녀가 미행한 사람은 반장. 뚱녀는 감시조가 되기 위해 테스트 중이었다. 결과는 합격. 


2. ~ 0:22:00 뚱녀 감시조 활동 시작, 갱단 리더. 

사건이 감시조로 넘어온다. 뚱보에 대한 단서를 잡는다. 갱단 리더는 돌출행동을 한 단원에 대해 응징한다. 뚱녀가 첫 출근을 한다. 


3. ~ 0:36:37 감시조 감시 시작, 갱단 리더와 장물아비

뚱녀와 감시조가 뚱보를 잡기 위한 감시에 들어간다. 갱단 리더는 장물아비에게 물건을 넘긴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지시 받는다. 뚱녀는 감시 도중 폭력을 당하는 사람을 보지만 여기에 나설 수 없다. (반장은 이야기꾼이다.) 뚱녀가 뚱보를 찾아낸다. 


4. ~ 0:46:48 뚱보의 은신처 확보. 갱단 신원 확보 

갱단 리더 진중산은 다른 강도질을 위해 예행연습을 한다. 뚱녀는 뚱보의 은신처를 확인한다. 똥보의 쓰레기를 뒤져 갱단의 은신처를 알아내고 갱간의 신원을 모두 확보한다. (경찰은 리더가 빠져 있음을 안다.) 


5. ~:0:03:07 갱단의 검거

갱단이 강도질을 위해 출동하는데 경찰들은 이미 배치되어 있다. 리더 진중산은 이를 눈치채고 작전을 그만두게 한다. 그러나 단원들은 일부 체포되고 진중산은 뚱녀가 찍은 사진으로 신원이 밝혀진다. 진중산은 검문 중인 경찰을 죽이고 도주하고 뚱녀는 경찰을 살리느라 명령을 어기나 진중산을 놓치고 만다. 


6. ~ 1:21:40 유괴사건 + 진중산을 추격  

진중산은 남은 갱간들을 동원에 금은방을 턴다. 감시조는 새로운 사건 - 유괴사건에 배치된다. 진중산은 장물아비에게 장물을 넘기고 가석방된 보스를 만난다.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유괴사건을 감시하던 뚱녀에게 발각된다. 뚱녀는 유괴범에 대한 신상을 넘기고 진중산을 추격한다. (~1:08:53 여기까지) 뚱녀의 정보로 유괴범은 체포되고 유괴된 아이는 구출된다. 뚱녀는 진중산을 쫓아 카페로 들어가는데 진중산에게 덜미를 잡힌다. 뚱녀를 돕기 위해 반장이 카페로 들어간다. 진중산이 도망치려 하자 진중산을 쫓다가 반장이 진중산에게 당한다. 


7. ~1:26:00 갱단의 검거 

뚱녀가 끝까지 진중산을 쫓아 진중산의 아지트를 발견해낸다. 경찰의 기습으로 모두 검거되고, 진중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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