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Oblivion

자카르타 2013. 8. 10. 22:08


오블리비언 (2013)

Oblivion 
8.2
감독
조셉 코신스키
출연
톰 크루즈, 모건 프리먼, 올가 쿠릴렌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정보
SF, 액션 | 미국 | 124 분 | 2013-04-11
글쓴이 평점  



잃어버린 기억. 뒤바뀐 진실. 파괴된 지구. 지구 저항군과 외계의 제국군. 아주 흔한 설정인데 그럼에도 재밌단 말야. 이유는 뭘까? 

정신 분석이 내담자의 정신 상태라기 보다는 분석자의 정신 상태를 반영한다는 말처럼, 영화에 대한 감상도 영화 그 자체라기 보다는 영화를 보는 '나'라는 관객에 대한 분석인 것 같다. 나는 왜 이 영화를 '좋게' 혹은 '재미 없게' 봤을까? 이 질문에 대답을 구하는 것이다. 


가장 큰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하퍼와 줄리아, 빅토리아의 러브 스토리가 아닌가 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하퍼의 잃어버린 아내였던 줄리아보다도 빅토리아의 감정이 이 영화를 살렸다고 본다. 여느 영화처럼 - <토탈리콜>처럼 아내였으나 알고보니 나를 감시하는 관리자 혹은 암살자였다는 구도 였다면 잃어버린 아내를 만나는 것에 어떠한 저항도 갈등도 없었을 거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빅토리아는 다르다. 


하퍼가 줄리아에 대한 각인된 기억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고 살아간다면, 똑같이 기억이 소멸된 빅토리아는 과거보다는 하퍼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영화에는 이 것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앞부분 줄리아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 하퍼와 빅토리아의 대사에서 하퍼와 마찬가지로 빅토리아도 과거의 기억, 특히 줄리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그 다음 하퍼가 줄리아가 자신의 아내였음을 확인하고 난 뒤에, 이들의 재회를 빅토리아가 확인한 뒤에 'It was always her'라고 하는 장면과 몇 장면에서 하퍼에 대한 빅토리아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압권은 과거 장면에서 동면에서 깨어난 뒤 빅토리아가 하퍼와 사진을 찍는 장면이다. 


42데크의 욕실과 52데크의 거실에 놓였던 이 사진은 그 앞에선 위장된 혹은 위선으로서의 빅토리아와 하퍼의 사랑을 상징하지만, 이 장면 이후로 아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즉 빅토리아가 하퍼를 이때부터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 외바라기 사랑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 그 사진이다. 


과거의 사랑과 현재 통제되고 연출된 사랑 사이에서 관객은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못한다. 그리고 최소한 어느 한쪽의 파국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아파하고 긴장하게 만든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되었다. 영화의 마지막 씬도 설정으로 치자면 진부하지만 이 장면 안에는 잃어버린 빅토리아에 대한 애잔함과 남은 줄리아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그것이 이 진부한 소재, 설정으로 점철된 영화가 새로운 감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소소한 반전들은 아주 헐리웃 다운 관객 서비스다. 상당히 관습적이지만 관객에 대한 익숙한 배려의 일종이지 않을까? 그리 나쁘지 않은. 




<시퀀스 분석>


1. 하퍼의 꿈(뉴욕과 어느 여인에 대한). 그 자신의 임무와 지구 상황, 테트에 대한 나레이션. 하퍼의 일상. 추락한 드론을 수리하러 간다. 그곳에서 하퍼를 노리는 약탈자들이 있다. (이는 관객만 알고 있다.) 하퍼는 두번째 떨어진 드론을 찾아간다. 그러나 약탈자들의 함정이다. 간신히 드론의 구조로 빠져나온다. 

2. 하퍼는 현장에서 주워온 책을 감춰두고 있다. 하퍼는 지구에 남고 싶어하지만 빅토리아는 이를 반대한다. 그리고 이들이 관리하는 시설이 폭파된다. 본부는 시설에 출동하는 것을 반대하고 대신 괴신호로 인도한다. 신호를 받고 간 곳은 하퍼의 꿈에 나오던 전망대. 신호를 분석하면 지도 좌표가 나온다. 17번 그리드. 하퍼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다가 비행선이 추락하는 것을 본다. 현장에서 자신이 꿈에 보던 여인이 추락한 것을 발견한다. 드론이 공격하려는 것을 제지하고 여자를 구출한다. 

3. 구출된 여인 줄리아는 잭을 알아보는 듯. 빅토리아는 줄리를 보내자고 하는데 잭은 줄리아와 함께 비행선을 찾아 간다. 거기서 약탈자들에게 잡힌다. 빅토리아는 상황을 숨기고 하퍼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약탈자들은 하퍼와 줄리아를 놓아주고 경계선 너머로 가라고 권한다. 전망대에서 하퍼는 살아 있다는 신호를 빅토리아에게 보내고, 그 사이 줄리아는 잭 하퍼가 자신의 남편임을 알려준다. 하퍼는 기억이 돌아온다. 둘의 재회를 빅토리아가 확인한다. 

4. 빅토리아는 하퍼와 줄리아의 귀환을 거부한다. 그리고 하퍼를 고발한다. 본부 테트에서는 하퍼와 빅토리아를 죽이려하고 하퍼와 줄리아는 도망친다. 그리고 도주. 드론의 추격을 따돌리고 방사능 오염 지역으로 도주한다. 그곳에서 하퍼는 다른 기술자를 만나는데 그것이 자신의 클론임을 확인한다. 

5. 전말을 알게 된 하퍼. 줄리아와 함께 은신처로 도망친다. 하퍼는 자신도 클론임을 알게되고 '약탈자'들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약탈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을 위해 드론이 테트를 파괴하게 프로그래밍한다. 그러나 테트의 침공으로 드론이 파괴된다. 

6. 하퍼는 스스로 폭탄을 가지고 테트로 들어가려고 한다. 비행선의 기록장치를 통해서 과거 오딧세이호의 탐사대장이었던 하퍼의 음성기록을 듣는다. 그리고 테트를 파괴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장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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