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자카르타 2013. 4. 25. 19:59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Cloud Atlas 
8.2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할리 베리, 짐 브로드벤트,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정보
SF, 액션 | 미국 | 172 분 |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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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일색이었다. 가장 넉넉한 평도, 매트릭스를 기대한 관객들을 위로하는 정도랄까? 

영화를 보기 전에는 뛰어난 장인의 치기, 일탈 혹은 쉼표이겠거니 생각했던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에는? 그런 평에 전혀 공감할 수 없다. 


100년 무렵의 선사시대, 노예제가 한창이던 무렵의 미국, 동성애를 혐오하던 20세기 초, 핵개발에 나선 60년대, 현재와 먼 미래. 이렇게 여섯개의 다른 시공간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정밀한 시계처럼 조작할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번갈아 나오는 구성을 지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각각의 시퀀스가 갖는 힘 때문이다. 각 에피소드 내의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에피소드와의 조율에 성공하고 또 각 시퀀스 안에서의 기승전결과 반전들이, 관객을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관습을 비트는 워쇼스키의 능력은 여기서도 십분 발휘된다. 가령 여섯 개의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배역 설정의 경우. 각각의 에피소드 별로 중복되어 나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같은 배우들의 캐릭터 일관성을 추리하게 한다. 배두나와 젊은 남자의 경우, 사랑의 실현으로 이 심리를 충족시키지만 톰 행크스의 경우에는 전혀 예측 못할 반전을 가져오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가 부러운 지점은 이처럼 세련되고 영리하게 기술을 구현하면서도 그 주제와 내용면에서도 '씹을 거리'들을 풍성하게 제시한다는 데에 있다. 기술과 문명의 발달에 따라 변하는 인간이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조명은 여전하고, 그를 배경으로 사랑과 인생에 대한 소소하지만 진지한 물음들을 무성하게 엮어놓았다. 

영겁회기의 구도 안에서 감독이 하려는 얘기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요양원을 탈출해 옛 연인과 재회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문명의 붕괴를 인지하고 그 문명의 폐허를 탈출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어떤 단일한 주제를 이룰 수 있을까? 결국 어떤 갈등에 대한 극복 보다는 무모한 숭고에 방점을 찍는 결말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어떤 평온과 긍정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또 왜일까? 


영화의 마지막 늙은 톰행크스가 저 멀리 점으로 아스라히 보이는 지구를 본다. 그리고 노예제를 반대하는 청년은 동부로 떠나면서 말한다. '큰 바다를 이루는 작은 물방울이 되겠다'라고.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하나가 떠오른다. 모래를 250배 확대한 사진이었는데, 진짜 보석은 모래였구나, 싶었다. 워쇼스키 남매도 그런 감흥이었을까? 덧없음과 애뜻함의 사이 그 미세하고 희미한 어딘가를 응시한 것일까?  그래서 결국 그들은 미세한 물방울 속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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