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설국열차

자카르타 2013. 8. 4. 23:05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글쓴이 평점  


(스포일러 가득입니다.) 



왜지? 꼬리칸 사람들을 앞으로 진격하게 하는 건? 거인들 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모호했다. 

첫 시퀀스에서 경찰력의 과도한 폭력과 배급, 그리고 불평등의 상황이 반란의 동기라고 밑줄을 그어놓고는 있지만 있지만 왠지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건 다른 체제전복 서사와 비교 하면 더욱 그렇다. 자유인에서 투견으로의 추락한 스파르타쿠스. 평온한 현실이 인간 건전지 노릇을 하는 현실의 위장하기 위한 기만책임을 폭로하고 전복하려는 레오. 이들의 투쟁은 쟁취해야할 그 무엇인가가 선명하다. 그러나 설국열차에서는 그런 게 있나? 

전반부까지만 해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감독이 비장의 무기로 커티스와 남궁민수, 윌리엄의 입을 통해 들려주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더더욱 윌리엄의 체제에 대한 혐오보다는 커티스의 대안은 뭔지 듣고 싶어진다. 
단백질 바가 뭘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고는 이를 은폐하고, 동생과 총리 사이에서 총리를 선택하고, 그리고 꼬리칸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 있을 때 진격을 결정했던 커티스가 말이다. 

영화 중간, 호화로운 앞 칸 사람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수족관이다. 
일년에 두 번 앞 칸 사람들은 회를 먹는다. 수족관의 균형을 위해서 통제한다는 얘기다. 커티스가 달디 달게 먹었던 회를 제공한 '통제된 수족관'은 바로 윌리엄이 통제하는 '설국열차'의 축소판이다. 그는 윌리엄 만큼 수족관을 지속시킬 수 있었을까? 작가는 여기에 대한 답 대신 그저 이들의 수족관, 설국열차를 깨뜨리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이들이 열차를 부술 수 있었던 것 조차도 주인공들의 용기보다는 시기가 허락한 면이 크다. 

비로소 곰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탈주가 관객에게 용인되었던 거다. 반면 그 전에 탈출을 시도하다 얼어죽었던 사람들의 주검을 기념물로 간직한 이들에게는 설국열차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아닌가? 사실 이 영화는 이 열차를 전복시키는 선택을 하면서 뜻밖에 다른 메시지- 앞 선 상황에서는 윌리엄의 폭력과 불평등은 어쩔 수 없었다는 메시지를 확인한다. 이런 메시지가 역사 발전 단계에서는,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독재도, 폭압도 필요했던 거라는 견해와 겹치는 것은 지나친가? 

앞칸에 대한 묘사도 불만족스럽다. 
퇴폐와 향락을 정죄하는 견해는 너무 진부하다. 이미 한참 전에 <타임 머신('60)>에서는 핍박받는 노예와 향락에 젖은 권력자의 구도를 깨버렸다.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인생을 '생각없이' 향유하는 지상종족들을 짐승같은 지하종족의 먹잇감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들에게 멸망의 징조는 쾌락의 향유가 아니라 물에 빠진 동료를 구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무감각이었다. 
심지어 <은하철도 999>에서는 안드로메다에서 영생을 얻은 인간들의 무능력, 무의지를 지적한다. 인간을 건전지로 쓰기 위해 가상공간에 평온한 일상과 스테이크를 준비한 매트릭스에 가면 설국열차의 이분법이 얼마나 순진한 동화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오히려 매트릭스에서는 시온에 사는 이들이 클럽과도 같은 난장을 벌이며 '살아 있음'의 환희를 느낀다. 

난 이 영화가 어설픈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그에 대한 대안도 어정쩡하게 회피한 것도 이런 뻔한 엄숙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은 아닌가 추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커티스라는 캐릭터의 모든 모호한 것을, 17년 전의 가졌던 마음의 채무를 똑같은 방식 - 팔을 자르는 방식으로 속죄하며 종지부를 찍은 것도 그 때문은 아닌가 싶다. 이 대목을 생각하면 교과서에 '등신불'을 실었던 시대가, 그리고 봉준호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흐릿하게 지나간다. 엄숙하게 채무와 의무를 강요했던, 스스로 강요당했던 사람들 말이다. 
여전히 그런 삶의 태도가 유효하게 작동하는 시대라는 것이 암울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의 서사가 필요한 것 같다. 배우 때문이 아니더라도 커티스보다 전직 해커 레오가 훨씬 매력이 넘치지 않나?



시퀀스 분석 


1. 프롤로그.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약을 살포하는데 이로 인해 빙하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설국열차가 극소수 생존자들을 데리고 궤도를 달린다. 

2. 17년이 지난 어느 날. 꼬리칸의 사람들은 앞칸과의 불평등 상황에 놓여 있다. 경찰은 폭력을 휘둘러 통제하려고 하고, 단백질 블럭이라는 열악한 음식을 일괄 배급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앞 칸은 다르다 오늘도 음악 연주자를 빼앗아 갈 정도의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3. 꼬리칸 사람들은 앞칸으로의 진격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지도자는 길리엄이라는 노인. 커티스는 노인의 지시와 앞칸의 익명의 제보자가 전해오는 메시지를 믿으며 혁명을 준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앞 칸에서 뒷칸의 아이를 빼앗아 간다. 이에 저항하는 자에게 가혹한 처벌이 내린다. 

4. 커티스는 진격을 준비한다. 그러나 점호 시간이 바뀌고 준비한 진격 장비가 발각될 위기에 커티스의 용기로 진격을 감행한다. 그리고 혈투끝에 감옥칸 까지 진격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전 보안 전문가 남궁민수와 그의 딸 요나를 만난다. 남궁민수는 중독 약물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제안에 합의한다. 

5. 남궁민수의 도움으로 커티스의 돌격대는 순조롭게 진행한다. 음식칸에서는 단백질 바의 원재료가 바퀴벌레라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이를 함구한다. 그리고 전략적 요충지인 물탱크 칸 앞에서 총리가 지휘하는 친위대와 일대 혈전을 벌인다. 그리고 동생을 희생해 총리를 인질로 잡는다. 

6. 총리를 앞세워 드디어 앞칸으로 (소수 정예만) 들어간다. 상상만 하던 앞칸의 풍요를 절감한다. 그리고 교실칸에서 총리의 음모에 빠져 전세가 역전된다. 그 와중에 지도자 길리엄이 살해당하고 꼬리칸 사람들은 인질로 잡힌다. 그러나 커티스는 열차의 수장인 윌리엄을 잡으러 앞으로 나아간다. 

7. 엔진실로 가는 여정에서 퇴폐와 향락에 빠진 앞칸 사람들의 문화를 발견한다. 엔진실 앞에서 남궁민수는 자신의 의도를 밝힌다. 바로 설국열차를 멈추는 것. 그러나 윌리엄은 커티스를 회유하려 한다. 드러난 열차의 진실 앞에서 커티스는 갈등하지만, 숨겨진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열차를 폭파하는 데에 동참한다. 

8.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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