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 주째 정리모드다. 오래도록 달고 다녔던 짐들을 정리하는 게 주일 오후의 일과다.
장편 영화 3개의 컷들이 모두 담긴 DVD 수십 여 장, 언젠가 읽겠거니 했던 제본된 원서들, 클리어 파일에 정리해 놓은 오래된 자료들, 지난 월간지, 주간지들이 대략 이제까지 버린 목록이다. 어제는 대학 신입생 때 샀던 어학교재를 버렸다. 버리고 났더니 이제껏 이걸 버리지 않고 끌고 다녔던 게 더 신기하다. 23년째 접어든 영어 테잎이라니.
어쩌면 인생은 열기구와도 같을지 모른다. 버려야 가벼워지고 자유로울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열기구가 다시 내려와야 하듯 또 무엇을 채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또 무언가를 찾아내 버리겠지. 아마 지금 버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오래된 필름들, 내 일기들을 그때는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를 스쳐가는 것들의 흐름이 서서히 잦아들기를. 살아있으면서 바라기에는 너무 과한 사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