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자카르타 2014. 1. 4. 21:59


미드나잇 인 파리 (2012)

Midnight in Paris 
7.9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담스,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정보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스페인 | 94 분 | 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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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있는 영화보기 실행 중. 1월은 '우디 앨런'의 영화들을 역순으로 훑어보는 중이다. 

며칠 전 <로마 위드 러브>에 이은 두번째다. 


이렇게 역순으로 보는 것은 마치 갈라파스군도에서 진화의 흔적을 캐는 것과 같다. 어떤 새로운 종의 출현에 넘사벽을 느끼다가도, 익숙하고 소박한 착상의 뿌리를 만나면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 <로마 위드 러브>에서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한 상상력을 봤다면, 이 영화에서는 좀 더 정제되고 일관성 있는, 그래서 더욱 친숙하게 공감이가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느 작가 지망생은 파리의 낭만에 빠져 막연히 과거를 동경하게 되고, 꿈처럼 자정이 되면 그 세계로 들어가 이 작가 지망생이 문학의 황금시대라고 생각했던 1920년대의 작가들, 예술가들을 만나는 호사를 누린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글에 대한 대문호의 충고도 듣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파랑새는 집에 있다'는 진리를 깨닫고 돌아와 그의 삶을 진로를 바꾼다는 이야기다. 


흔한 이야기이지만 대문호들과 예술가들을 호출한, 우디 앨런의 아직도 치기어린 상상력과 그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놀라고 반응하는 오웬 윌슨의 연기가 매 순간 간지러운 웃음을 터뜨려준다. 작가의 강박과 외로움, 열등감을 이렇게 재미 있게 묘사하고 위로하는 영화도 드물 것 같다. <로마...>에서도 보이듯이 노장 영화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은 다분히 속물의 모습을 보이지만 거기에 어떤 잣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 집착해 플롯을 구성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는 아이처럼 매 순간 즐겁고 유쾌하게 만든다. 


마지막 주제, 아드리아나를 1890년대에 두고 현실로 돌아오면서 '매 순간이 황금기'라는 뻔한 교훈을 안겨줘 생뚱맞은 느낌이 있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뜨겁게 사랑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는, 헤밍웨이와 거트루드의 입을 빌려 얘기한 창작론은 노장 영화감독의 육성인 듯 싶어 꼬깝게 들리지 않는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우디 앨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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