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매치 포인트

자카르타 2014. 1. 5. 22:51



매치 포인트 (2006)

Match Point 
7.4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스칼렛 요한슨,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에밀리 모티머, 매튜 구드, 브라이언 콕스
정보
로맨스/멜로, 범죄 | 영국, 미국 | 124 분 | 2006-04-13
글쓴이 평점  



재밌는 여행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세계를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네번째로 2006년작 <매치 포인트>를 봤다. 


아일랜드 시골뜨기 크리스는 런던 상류층 클로에를 만나 결혼하면서 하류 생활을 청산한다. 그러나 그는 클로에의 오빠 톰의 약혼녀 노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충동에 이끌린 정사 후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려하지만 크리스는 노라를 잊을 수 없다. 톰과 노라가 파혼하자 크리스는 노라와의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노라가 임신을 하게되고 노라는 크리스에게 클로에와의 이혼을 강요한다. 궁지에 몰린 크리스는 파국을 초래할 선택을 하게 된다... 


불륜과 그로 인한 파국. <매치 포인트>는 멜로의 소재를 그대로 활용하지만 여느 멜로처럼 욕망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감독이 갈등하지 않는다. 서사는 거기에 윤리의 잣대를 들이밀어 어설픈 종결을 강요하는 대신 욕망 자체의 무게를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크리스가 맞게 되는 결말은 흔히 보듯 그의 사소한 실수에 의한 파국이 아니라, 오로지 운에 의해 위기를 벗어난다. 


영화는 매치포인트의 상황에서 크리스의 손을 들어주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그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인지를 드러낸다. 그건 마치 '위선'이 그 거짓된 행위로 인해 도리어 선이 우월한 가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크리스가 믿듯이 또 영화가 그 믿음을 증명했듯이 '세상은 목적도 의도도 디자인도 없이 그저 우연의 산물이다.' 마치 그가 던진 반지가 그의 의도와는 달리 흘러갔던 것처럼. (그의 꿈인지 형사의 꿈인지 모르지만) 꿈에서 죗값을 치르게 되리라는, 노라의 저주에 크리스가 그렇게 된다면 흔쾌히 죗값을 치르겠다고 한 것도 정의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크리스가 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다. 운에 의한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 영화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위한 축배로 그 세상을 확인하며 끝이 난다. 


변하지 않는, 깨달음이 없는 인물들, 그리고 너무나 얇팍한 운에 기대 있기 때문에 깨지기 쉬운 삶 그래서 오히려 변함없이 흘러가도록 모두가 공모하는 삶, 그에 대한 감독의 연민과 애정이 느껴진다.  



p.s 감독이 이런 결말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노라와 노인의 살해 장면은 커녕 현장 사진 조차도 관객에게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관객은 좀 더 크리스의 처지에서 서사를 지켜보고, 심지어는 그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공범'의 마음도 갖게된다. 섬세하면서도 노련한 연출이다. 아,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은 정말 예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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